건보개혁·핵협정 고개 넘은 오바마 파병군 깜짝 위문…민심 잡기 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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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아프가니스탄을 깜짝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8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있는 바그람 공군기지를 찾아 미군 장병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카불 로이터=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전격 방문했다. 늦었지만 외교안보 최우선 지역을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건강보험 개혁 입법과 경제난 극복의 고비를 넘긴 만큼 눈을 밖으로 돌리겠다는 뜻도 담고 있다. 지난주 러시아와 새로운 핵무기 감축협정을 매듭지은 뒤 거듭 이어지는 외치(外治) 행보다.

◆“미국은 시작하면 포기하지 않는다”=오바마의 아프간 방문은 사전에 예고가 없었다. 안전상의 이유로 출발에서 도착까지 전 과정이 철통 보안 속에 진행됐다. 백악관은 오바마의 방문 계획을 수도 카불 도착 1시간 전에야 아프간 정부에 통보했다. 아프간은 환영 행사조차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현지에서 머문 시간도 수시간에 그쳤다. 그는 도착 직후 아프간 대통령궁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 및 각료들과 회담을 하고 아프간 정부의 부패 척결과 탈레반 반군의 자금 조달 통로인 마약거래 근절, 정부 내 정실인사 금지 등을 요구했다. 오바마는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사령관으로부터 아프간의 최근 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는 귀국 직전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행한 연설에서 “미국은 한 번 시작한 일을 중간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며 “미군의 분명한 목표는 알카에다를 해체하고 섬멸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이 지역에서 우리가 물러선다면 탈레반이 아프간을 다시 차지하게 된다.

알카에다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활동한다면 더 많은 미국인의 목숨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깜짝 방문 통해 민심 수습도 노려=오바마의 아프간 방문은 건강보험으로 갈린 미국 내 민심을 수습하려는 뜻도 담겨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바마의 아프간 정책은 다른 어떤 문제보다 공화당 진영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공화당원의 오바마 업무수행 지지도는 17%에 불과하지만 아프간 정책 지지도는 37%”라고 전했다. 아프간 문제는 건보 입법을 둘러싸고 당파적 갈등이 커지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심을 끌어 모으기 쉬운 이슈인 것이다. 오바마는 2008년 대선 때부터 아프간을 테러 소탕의 주전선으로 삼겠다고 공약했다. 이 때문에 아프간전은 ‘오바마의 전쟁’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오바마는 취임 후 14개월 동안 한 번도 아프간을 방문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엔 아프간 미군 사망자까지 급증하고 있다. 지난 3개월 동안 사망자와 부상자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지난해 12월 아프간에 병력 3만 명 증파를 결정한 오바마로선 아프간 주둔 미군에 대한 격려가 필요한 때다.

그는 양복 대신 갈색 공군 가죽 점퍼를 입고 연설을 했다. 그는 참석 장병들에게 “여러분 덕분에 지난 수개월간 진전이 있었다”며 “여러분의 봉사는 미국의 안전과 안보에 절대 필요하며 미국민은 여러분들을 믿고 의지한다”고 사의를 표했다.

워싱턴=최상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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