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해가 엇갈려 사업이 무한정 지연되거나 아예 무산되는 경우는 비단 우리만의 일이 아니다. 일본 시마네(島根)현의 나카우미(中海)간척사업도 그랬다.
'일본판 새만금 사업' 으로 불리는 이 사업은 주무 부처인 농림수산성과 시마네현, 시민단체들과 정치권의 목소리가 뒤섞여 큰 혼란을 겪었다. 1962년 시작해 38년 만인 지난해 중단하기로 결판이 났다.
1차 공사 중단은 92년에 일어났다. 내부 간척농지 2천5백40㏊ 중 33%가 완공된 시점에서 시민단체들이 "생태계 파괴에 따른 피해를 어떻게 할 것이냐" 며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시마네현도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재첩과 김 생산량이 감소할 것" 이라며 거들었다. 그러나 대장성은 "이미 5백억엔이 투자된 만큼 끝을 봐야 한다" 며 정책결정을 망설이는 농림수산성을 몰아쳤다.
최종 결정은 정치권이 내렸다. 여기저기 끌려다녀선 어떤 국책사업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집권당인 자민당이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원칙을 마련한 것이다.
이 원칙은 정부와 지자체 등의 합의를 이끌도록 노력하되 ▶사업을 확정한 뒤 5년이 지나도록 착공이 안되고 있거나▶당초 계획보다 완공이 20년 이상 지연되고 있거나▶정부의 '국책사업 재평가 제도' 에 의해 예산이 동결됐거나▶사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간 지 10년이 지나도록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지난해 말 나카우미 간척사업을 포함한 대형 공공사업 2백33건을 과감히 중단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이해를 조정하는 데 성공한 사례도 있다. 도쿄(東京) 세타가야(世田谷)구에서 지바(千葉)현 이치가와(市川)시를 잇는 외곽순환도로 건설 사업은 고가도로 방식으로 할 것인지 지하도로로 할 것인지를 두고 무려 30년 동안 정부와 주민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사업이었다. 결국 지난 24일 일본 중앙정부는 "지역민의 말이 옳다" 며 기존의 '고가도로 방식' 주장을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