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회장 "교원 스스로 교권 되찾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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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교원들이 (정부에 대해)비판만 하거나 뭘 해주기를 바라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교직 사회가 스승으로서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각성해야 할 때입니다. "

지난 12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30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군현(李君賢.49)교수는 "교원들이 비판과 불평에 안주해선 곤란하다" 며 각성을 촉구했다.

李회장은 취임식에서 "내년 선거때부터 교총의 정치활동을 전개하겠다" 고 선언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이와 관련해 "내년 대선 전에 교총 안에 정치활동위를 구성해 정치활동 실현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겠다" 고 확언했다.

- 교사의 질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가 많다.

"근본적으로 교직에 우수한 인력이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수 교원 확보법이 필요하다. 또 교대.사범대 등의 교원 양성 과정을 강화하고, 현직 교사에 대해 질 높은 연수를 실시한 뒤 합리적인 승진시스템을 만들면 무능한 교사가 자리할 수 없게 된다. "

- 일단 교직에 들어오면 안주해도 되는 현행 시스템이 문제 아닌가.

"그래서 수석교사제를 시행하자는 것이다. 연수 학점을 이수하고 승진에 신경쓰는 부담에서 벗어나 만 15년이 지나면 가르치는 데만 전념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대학원 학위.학점 이수 등을 호봉 체제에 반영해 공부하는 교사를 대우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

- 교원에 대한 예우도 중요하지만 교원 스스로 학생과 학부모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는 무능.촌지 등의 문제를 내세워 학생.학부모가 교사를 믿지 못하게 했다. 교사와 학생 사이에,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믿음이 깨졌다. 이게 우리 교육의 큰 문제다. 교육 정책의 핵심은 이러한 불신을 어떻게 해소하느냐 하는 것이다. "

- 정부의 평준화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창의적인 리더가 중요해지는 사회다. 하지만 1974년 이후 평준화 체제는 획일화를 강조해 왔다. 지금 체제로는 창의적인 인재가 나올 수 없다. 1938년 설립된 미국의 브롱크스 과학고는 노벨상 수상자만 5명이 나왔다. 새로운 교육의 틀과 제도를 모색해야 한다. "

- 평준화를 깨자는 말인가.

"획일화된 현 체제의 숨통을 틔워 단계적으로 다양한 학교 체제를 허용하자는 것이다. 자립형 사립고도 대안의 하나다. "

- 어느 수준까지 정치에 참여할 것인가.

"교원단체의 정치 활동은 1차적으로 특정 후보자 혹은 정당에 대한 지지 또는 거부 의사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시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교원 혹은 국민으로부터 정치기금을 모금하거나 교원단체의 회원을 입후보자로 내세워 그를 지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 학생들의 수업권 침해와 학교의 정치화 등 우려가 크다.

"교사가 학교에서 편향된 수업을 한다면 솎아내야 한다. 하지만 학교 안과 밖의 활동은 구별돼야 한다. 학교 밖에서의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할 수 없지 않은가. 교총의 정치활동을 통해 정당의 교육정책을 선거과정에서 평가하고, 집권 후 무분별한 정책 남발을 방지할 수 있다. 양질의 교육 정책이 나오게 될 것이다. "

글=강홍준 기자.사진=박종근 기자

*** 이회장은 누구인가

이군현 회장은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마친 뒤 4년간 봉재공장에서 일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후 고입검정고시로 서울 대경상고에 진학했고, 중앙대 영어교육학과를 마쳤다. 중.고교 교사(영어) 재직 중 미국으로 유학해 캔사스 주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인문사회학부 교수(교육학 전공)로 재직하고 있다. 현직 교사 출신으로는 첫번째 교총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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