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집이야기] '작은 아씨들' '유령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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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사람들은 누구나 가끔씩 혼자서만 되돌아보고 싶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소유한 물건들 중에도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 꺼내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 다락방은 그런 물건과 추억을 함께 간직하기에 좋은 장소다.

루이자 메이 올코트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은 아씨들' 과 팀 버튼 감독의 '유령수업' (원제 : 비틀주스)은 각기 특색있는 다락방과 다락방이 가지는 의미를 함께 보여준다. 19세기 중반 남북전쟁 시기의 미국 동부 뉴잉글랜드 시골마을이 배경인 '작은 아씨들' 에는 우리가 기대하는 다락방이 등장한다.

지붕 밑에 위치한 다락방은 천장이 낮고, 양쪽으로 경사졌으며, 어둡고 먼지가 쌓여 있다. 이곳에는 네 자매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인형 등 추억의 물건들이 쌓여 있다.

한편 '유령수업' 에 나오는 다락방은 유령의 생활공간이다. 뉴잉글랜드의 한적한 시골집에 살던 신혼부부가 자동차 사고로 죽자 뉴욕에서 새로운 가족이 이 집을 사서 이사를 온다. 뉴욕에서 온 가족은 신혼부부가 애써 꾸민 컨트리풍의 아기자기한 집을 추상적인 모더니즘의 주택으로 바꾸려고 리모델링을 시도한다.

유령이 된 신혼부부는 집을 본래 대로의 모습으로 지키고자 새 가족을 쫓아내려 하지만 실패한다. 결국 집은 본래 모습대로 유지되면서 유령들은 다락방에, 이사온 가족은 아래층에 사이좋게 함께 사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유령이나 추억어린 물건들을 과거에 속한 공통분모로 다뤄 다락방에 두는 발상이 재미있다.

신혜경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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