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들 “해군 늑장 대응 … 배 위치도 모른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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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실종 장병의 어머니가 28일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모자가 함께 찍은 사진을 들고 자신의 아들을 찾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평택=김성룡 기자]

“아들아! 엄마 아빠가 왔다. 어디 있니. 대답 좀 해봐라. 아들아….” 28일 오전 8시쯤 천안함 침몰해역 인근에 도착한 실종자 가족들은 까마득하게 보이는 수색 함정 5~6척을 지켜보면서 오열했다. 서대호(21) 하사의 어머니 안민자(51)씨는 바다를 향해 “아들아, 아들아”를 외치며 “이달 말 휴가를 나온다며 좋아했는데…”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실종자 가족 88명은 경기도 평택에서 해군이 제공한 고속정 성남함을 타고 천안함의 침몰 지점 200m까지 접근해 수색 현장을 지켜봤다.

갑판에 서서 연방 담배만 피우던 장진현 하사 아버지 장만수씨는 “말하면 뭐해, 가슴만 아프지”라며 “(바다를) 봐라, 아무것도 없지 않으냐”며 울먹였다. 그는 “아들이 설 명절 이틀 전 휴가를 나왔는데 보너스로 받았다며 50만원을 건네며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라고 해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했다. 장씨는 “사고 2~3일 전 전화해 31일 평택으로 들어온다고 했는데…”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경남 창원에서 아들 소식을 듣고 수색 현장에 도착한 박성균 하사의 아버지 박희진(48)씨는 바다만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는 “큰아들인 성균이는 창원에 있는 대학 1학년을 다니다 친구들과 같이 해군을 지원했다”며 “지난달 휴가 나왔을 때 잘해 주지 못한 게 한이 맺힌다”고 말했다. 전남 순천에서 아들 이상민(22) 병장의 실종 소식을 듣고 사고 현장에 달려온 아버지 이재우씨는 “인양이라도 빨리 했으면 좋겠다”며 “바다 밑 컴컴한 데서 얼마나 무섭겠느냐”고 했다.

가족들은 “해군이 늑장 대응해 침몰된 함선의 위치 파악도 못하고 있다”며 "사고 소식도 뉴스 보고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한 가족은 “27일 오전 10~11시만 해도 해경이 해수 부분이 수면 1~2m 위에 떠올라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해군 수색이 늦어 이제는 위치 파악도 못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수색에 나선 해난구조대(SSU) 요원들은 가족들에게 “함미 부분 위치를 아직 파악하지 못해 본격적인 인명 구조작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남함에 탑승했던 가족들 중 일부는 평택으로 돌아갔고 일부는 백령도에 남아 수색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또 성남함에서 대책위를 구성한 뒤 해군 수색이 지지부진할 경우 민간 선박과 잠수부를 동원해 자체 수색에 나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백령도·대청도=정기환·강기헌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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