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 '5월 수출 두자릿수 감소' 촉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한낮 기온은 벌써 무덥지만 이제 절기로도 본격적인 여름이다. 한달여 남은 상반기를 되돌아 보며 하반기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로선 하반기 경제운용정책을 짜고 추경예산을 편성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기업도 영업실적을 돌아보고 하반기 투자계획을 다듬을 때다.

그래서인지 경기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1분기 성장률 3.7%를 놓고 경기가 바닥을 쳤으며 적어도 더 나빠질 것 같지는 않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그러나 언제, 어떤 모습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이냐에 대해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경기 회복의 관건은 수출과 현대 계열사 처리다. 그런데 2%(잠정치)로 알려졌던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1.3%로 수정 발표된 가운데 미국 경기의 회복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미국 시장에 기대는 정도가 큰 우리 수출은 석달째 줄고 있으며, 감소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번 주말 발표될 5월 수출실적은 두자릿수의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사태는 여전히 답답하다. 투신사의 현대건설 회사채 인수를 통한 지원 문제가 결론나지 않은 가운데 현대건설의 새 최고경영자는 조직과 임원을 조금 바꿨을 뿐 경영쇄신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시장은 사실상 국영기업화한 현대건설의 빠른 변신을 고대하고 있다. 해외에서 외자를 유치하기 위해 투자설명회를 하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가 작은 열매를 딸 가능성은 있다.

이같이 답답한 상황을 그나마 금융시장이 조금 위로해 주고 있다. 지난주 연중 최고치 경신에 실패한 주식시장이 이번주에 이를 다시 시도할 것이다.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이 몰려오자 환율이 안정되고, 금리가 하락하며 회사채 시장 형편도 나아지고 있다.

정부와 재계가 팀을 짜 검토 중인 기업활동 규제완화 방안이 이번주에 모습을 드러낸다. 수출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고 해외 현지 기업활동을 돕는 쪽으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올 3월로 끝난 구조조정용 출자의 출자총액한도 예외 인정 기간이 1년 정도 연장될 전망이다. 재계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추가로 제시하면 거기에 화답하면서 추가 규제완화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개정할 세법과 중장기 세제개편 방향의 골격이 이번주 초 나와 세제발전심의회의 심의를 거친다. 단기적으론 양도소득세 등 주택과세 체계를 바꾸고, 중장기적으론 세원(稅源)을 넓히고 세율을 낮추며 경쟁국에 밀리지 않도록 조세제도를 선진화하는 것이 골자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평가팀이 지난주 한국을 다녀갔다. 이들은 지척거리는 기업 구조조정과 개혁입법 제정에 대해 중점적으로 물었다고 한다. 국가신용등급은 저절로 올라가는 게 아니다. 정부 및 정치권과 기업.가계 모두 노력해야 한다.

양재찬 경제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