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학과 실적 평가 3년 후 정원 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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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실 숙명여대 총장이 ‘학교 개혁 실험’에 나섰다. 학과(학부)별로 학생 만족도와 강의 내용 등을 매년 평가해 3년 후에 학과별 정원 조정의 잣대로 삼겠다는 것이다. 다른 대학도 학과별 평가를 시행 중이지만 실적을 학과 정원에 반영하는 것은 숙명여대가 처음이다.

한 총장은 26일 “학과별로 학생 만족도, 연구 업적, 여론조사 등을 통해 분석해 본 결과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며 “교수들이 학생들을 현미경같이 들여다보며 멘토 역할을 할 수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 총장은 부임 직후인 2008학년도부터 자체적으로 ‘학과 평가’를 실시했다. 신입생(재학생) 이탈률 ^전공강의 학생 만족도 ^멘토링 평가 등 20여 개 지표를 통해 학과별 성적을 매긴 것이다. 교수들의 '교육'에 초점을 맞춘 지표였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ㆍ지방 거점 국립대 등 30개 대학과 비교해 순위를 매기기도 했다. 이 같은 평가 결과를 종합 반영해 3년마다 학과별 정원을 늘려주거나 줄이는 탄력적 정원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한 총장이 내년(2011학년도)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인 ‘학과제 개편안’은 현행 19개 학부ㆍ6개 학과를 15개 학부ㆍ32개 학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학문 연계성이 크지 않은 학과를 독립시키고, 세부 전공을 신설해 학과별 책임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현재 경상대학 소속인 경영학부와 경제학부를 분리한다. 경상대학을 경영대학으로 개편해 경영학부를 두고, 금융회계학부와 마케팅학부를 신설한다. 대신 경제학부는 사회과학대로 소속을 옮기게 된다.

교수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강형철 기획처장은 "경영학부는 자체적인 수익 모델이 있고, 경제학부는 정책을 다루기 때문에 정치ㆍ행정학과 등과 교류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사회과학대학으로 편입시키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강인수 경제학부 교수는 “경영학의 재무ㆍ회계 과목은 경제학이 기본이라 학생들이 교차해서 수업을 들어야 하고, 교수 간에도 공동 프로젝트가 많은데 경제학부를 경영학부와 분리해 서로 다른 단과대로 옮기면 연계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탄력적 정원제'가 도입되면 정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학과가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총장은 "스트레스가 없는 대학은 발전이 없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진통은 불가피하다"며 "개혁이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지만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유미 기자

숙명여대의 학과평가 실험

▶평가 항목

교내평가: 신입생(재학생)이탈률,학생 만족도,학생상담·지도 실적,강의 평가, 교수봉사실적 등 20여 가지

외부비교평가: 수도권 주요 대학과 지방거점 국립대 등 30여 곳과 취업율,국내·외 논문건수,학생 중도 포기율 등 비교

▶평가 결과 어떻게 반영하나

최근 3년 간 지원학생 평균 인원 기초로 정원 배정

자체 경쟁력있는 학부는 독립학부로 분리

학과 평가가 결과에 따라 3년마다 탄력적 정원 조정

멘토 교수와 상담시간 등 계량화해 관리하는 '평가 감사실' 신설

▶숙대 학과제 개편안 주요 내용

19개 학부ㆍ6개 학과→15개 학부ㆍ32개 학과

영어영문학부, 미디어학부 독립학부로 신설

경상대학을 경영대학을 재편, 경제학부는 사회과학대로 편입

※자료=숙명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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