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안쪽으로 휘었으면 외부 충격, 바깥쪽이면 내부 폭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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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다음은 천안함 침몰 원인 등과 관련해 이날 오전 청와대 핵심 관계자와 가진 통화 내용.

-침몰 원인을 뭘로 보나.
“아직 모른다. 배도 끌어오고 해서 다 봐야 안다.”

-기뢰에 의한 폭발설이 나오는데.
“아무래도 충격이 워낙 컸으니까….”

-충격이 얼마나 컸나.
“배가 바로 쪼개졌다는 거 아닌가.”
정부의 핵심 관계자도 침몰 원인에 대해 “더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와의 일문일답.

-북한과 관련이 있는가.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선 연관성이 나오지 않고 있다.”

-충격이 컸다는데.
“그런 거 같다. 생존자 증언들도 그렇다.”

-그럼 암초에 부딪히는 등의 사고는 아닌 것 아니냐.
“배제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그랬을 가능성은 많이 낮아 보인다.”

-그럼 기뢰인가.
“가능성 중 하나다. 충격이 컸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군 기뢰인가, 아니면 아군 기뢰인가.
“기뢰라고 특정한 게 아닌데, 어찌 그것까지 말하겠나.”

-그 지역에 아군 기뢰가 설치돼 있기는 한 것인가.
“확인도 안 됐고, 군사적 문제라 말하기 곤란하다.”

-생존자 증언은.
“받고 있는데 특별한 게 없다.”

군 당국은 천안함의 침몰 원인에 대해 외부로부터의 피격과 함정 내 폭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암초와의 충돌은 희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침몰한 해역은 수심 24m에 암초가 없었다. 생존한 천안함의 한 대위는 이날 평택 2함대에서 가족과 만난 자리에서 “배가 내부의 폭발로 구멍이 생겨 침몰됐거나 암초에 걸렸을 가능성은 절대 없다”며 “내가 장담한다”고 밝혔다. 이 대위는 이어 “다른 침몰 원인은 공격을 받았을 가능성인데 이 부분은 정확하지 않고 군에서 현재 조사 중이며 내가 말할 부분도, 입장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해군 관계자는 “천안함을 인양하기 전이라도 SSU 대원들이 침몰한 천안함의 구멍 난 선체 부위의 철판 방향을 조사하면 사고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철판이 함정의 안쪽으로 휘어졌으면 외부의 충격에 의해 파공(구멍)이 생겼으며, 휘어진 방향이 바깥쪽이면 내부 폭발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외부로부터 피격됐다면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1월 남북 해군 간 대청해전에서 북한 함정이 크게 파손돼 돌아간 만큼 북한이 보복에 나섰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9년 1차 연평해전에서 패하자 2002년의 2차 연평해전 때 기습 공격으로 보복했다.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은 “천안함이 피격됐을 가능성에도 비중을 두고 있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도발했다면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잠수함(정) 또는 반잠수정에서 어뢰나 기뢰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천안함이 침몰할 당시 함미가 잠시 들리면서 20분 만엔 선체의 60%가 바다에 잠긴 것은 함정이 기뢰나 어뢰의 공격을 받고 침몰하는 행태와 유사하다는 게 해군 관계자의 얘기다.

군 당국은 내부 폭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천안함의 함포탄이 함정 앞 부분만이 아니라 뒤쪽에도 분산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또 함정에 탑재하고 있던 폭뢰가 스스로 폭발했거나 함정의 밑바닥에 고인 기름 증기가 전기 스파크 등으로 폭발했을 소지도 있다. 그러나 이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 예비역 해군 장성은 “해군 역사상 실수로 함포탄이나 폭뢰, 기름 증기가 폭발한 적은 거의 없다”며 “내부에서 고의로 폭발시켜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함상에 묶여져 있는 폭뢰는 폭발할 수심을 입력해야 작동된다. 또 기름 증기는 고의로 불을 지르거나 폭약을 터트려야 폭발한다.

천안함 침몰은 1974년 2월 22일 해군과 해경 316명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인 충렬사를 참배한 뒤 YTL수송정을 타고 모함인 LST815함으로 이동하던 중 통영 앞바다에서 돌풍을 만나 가라앉으면서 159명이 사망한 사건 이래 최대 규모의 해군 참사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정용수·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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