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사법참여제 논란… 참심제·배심제로 가려는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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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위원회가'국민사법참여제도'를 마련한 것은 형사사건 재판의 투명성을 높여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이번 방안은 사법사상 처음으로 일반시민의 재판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현행 재판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제도는 민사재판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제도는 과도기적 성격이 짙다. 무엇보다 2011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데다 이 기간에는 법관이 일반시민으로 구성된 사법참여인단의 유.무죄 판단을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위헌(違憲) 논란을 막기 위한 임시 제도"=사개위가, 사법참여인단이 내놓는 유.무죄 등에 대한 의견에 법관이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도록 한 것은 위헌 논란이 이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관이 아닌 일반시민이 유.무죄 판단과 양형 결정 과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경우 위헌 소지가 발생할 공산이 큰 것이다. 법원행정처 홍기태 사법정책연구심의관은 "외국에서 실시 중인 배심제.참심제 등의 재판제도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개위는 지난 9월 외국의 사법참여제도가 헌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한 연구를 공법학회에 의뢰한 바 있다. 공법학회는 사개위에 "재판에 참여하는 시민의 지위와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위헌.합헌이 갈릴 수 있다"면서 "앞으로 엄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방향으로 국민의 사법참여제도를 확정하거나, 헌법 개정 절차를 거친 뒤에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연고주의의 폐해를 막는 제도 필요"=이번 방안은 미국식 배심제와 독일식 참심제를 절충한 성격이 짙다. 재판관이 형량을 결정하기 전에 사법참여인단이 피고인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토록 한 것은 미국식 배심제와 비슷하다. 다만, 법원은 미국식 배심제와 달리 법관이 사법참여인단의 유.무죄 결정 과정에 참여해 의견을 제시토록 할 계획이다. 반면 일반시민이 양형 결정 과정에 참여토록 하고 있는 점은 참심제와 유사하다.

사개위가 이처럼 배심제와 참심제를 절충하는 제도를 실시키로 한 것은 우리 현실에서 어떤 제도가 과연 맞는지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개위 측은 2011년까지 제도를 시행한 뒤 최종 결정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이를 위해 2010년에 법조계.학계.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국민사법참여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대한변협 김갑배 법제 이사는 "앞으로 최종 방안을 결정할 때 재판이 혈연.지역 등의 연고주의에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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