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클럽축구] 대표팀보다 재미있는 클럽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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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90분간 한시도 한눈을 팔 수 없게 한 수준높은 경기였다. 아시아 정상 클럽팀 답게 수원과 피루지는 팽팽하고 속도감있는 축구를 보여줬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미드필드를 선점하려는 처절한 압박 싸움이 펼쳐졌고 정확한 패스들이 쉴 새 없이 연결됐다. 수원은 고종수 · 데니스 · 산드로의 '고데로 라인'이 수시로 위치를 바꾸며 피루지 문전을 공략했다. 데니스는 현란한 발재간과 오버헤드킥 등 묘기를 연출해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피루지는 잔뜩 움추려 있다 기습적인 패스 한 방으로 역습을 노렸다. 특히 이란이 자랑하는 천재선수 카리미는 단 한 번의 몸놀림으로 수비를 제치고 찬스를 만들어내는 탁월한 기량을 자랑했다. 고무줄처럼 경기 흐름을 조였다 풀었다 하는 운영 능력도 돋보였다.

관중석의 열기도 뜨거웠다. 왼쪽 스탠드에는 흰 교복 차림의 여학생 2백여명이 고종수가 볼을 잡을 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환호했다. 98프랑스월드컵 이후 등장했다 슬그머니 사라졌던 오빠부대가 다시 나타난 것이다. 본부석 오른쪽에는 1백여명의 이란 응원단이 북과 꽹가리를 두드리며 열광적으로 피루지를 응원했다.

수원-피루지 전은 수준높은 클럽팀끼리의 경기가 얼마나 재미있는지를 보여준 한 판이었다. 대표팀 경기에만 관심을 보이고 프로 경기는 외면하는 국내 축구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 경기였다.

수원=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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