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원인 '폭발구멍' 철판 휘어진 방향이 열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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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백령도 인근에서 침몰한 초계함 천안함의 사고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 27일 높은 파도로 인해 잠수 작업이 어려워지면서 사고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어뢰·기뢰등 외부 충격?= 군 당국은 구멍이 생긴 원인을 크게 △외부공격 △자체 결함 △암초와의 충돌 등 세 가지로 추정하고 있다. 외부공격이란 북한이 공격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번 사고의 원인을 북한군 도발로 추정하는 전문가들은 백령도 인근 NLL(북방한계선) 남방 해상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북한 잠수함이 어뢰로 공격했을 경우 배의 후미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천안함 역시 선체 뒤쪽 스크루 부분에서 구멍이 났다. 하지만 어뢰는 자체에 스크루가 달려있어 전진할 때 소리가 나기 때문에 우리 군이 사전에 탐지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어뢰를 쏘기 위해서는 북한 잠수함이 우리 함정에 근접해야 하기 때문에 아군 음파탐지기에 움직임이 탐지된다.

기뢰(수중에 설치해 배를 폭발하는 장치, 지뢰와 유사) 역시 가능성이 낮다. 전진하는 천안함이 기뢰와 접촉했다면 선체 앞쪽 또는 선체 옆면이 공격받아야 한다. 천안함이 사고 당시 후진 항해를 했을 가능성도 맞다. 무엇보다 어뢰에 맞거나 기뢰와 충돌했다면 선체는 엄청난 폭발력에 의해 두동강나거나 순식간에 침몰한다. 하지만 천안함은 함정에 파공이 생긴 지 한참 뒤에야 가라앉았다.

26일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천안함이 과거 작전하는 모습. 천안함은 포항급 초계함(PCC)의 하나로 1989년 실전에 배치됐다. 천안함에는 772라는 인식번호가 붙어 있다.


화재, 자체 결함등 따른 내부폭발?= 천안함은 1989년 취역한 지 21년이 지나 선체가 노후돼있다. 천안함 같은 초계함의 경우 건조된지 20~30년 가량이 지나 선체에 균열이 있는 경우도 잦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군함 내부에 싣고 있던 화약이 폭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선미 쪽에 탑재된 폭탄이나 인화성 물질이 폭발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통상 초계함의 포탄 저장시설은 후미가 아니라 앞쪽에 있다. 암초와 충돌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천안함의 침몰지점은 해군이 자주 작전을 수행하던 곳이다. 암초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침몰선체를 인양해 정밀 감식작업을 벌여야 한다. 하지만 해난 구조대 (SSU) 잠수요원들이 수색작업을 시작한다면 우선 외부 공격인지 내부 폭발인지는 파악할 수 있다. 구멍의 방향과 모양을 알 수 있기 띠문이다.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라면 선체의 외벽을 둘러싼 철판이 선체 안으로 구부러진다. 반대로 내부 폭발이었다면 철판이 선체 밖으로 튕겨나가듯 휘어진다. 정부 당국은 교전에 의한 침몰 보다는 내부 폭발 또는 은폐 폭발물과의 충돌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SU 요원들의 조사 결과 침몰 원인이 외부충격 또는 내부폭발 어느 한 쪽으로 결론 나더라도 그 파장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외부충격에 의한 것이라면 당장 북한군의 소행으로 여론이 쏠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반대로 내부폭발에 의한 것으로 판명되면 대규모 사망자 가능성이 큰 만큼 책임 소재와 군 기강, 문책 등 군 내부가 격랑에 휘말릴 수도 있는 등 그 어느 쪽도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군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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