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부 부처 간 잦은 충돌·혼선, 교통정리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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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 부처끼리 조율과 조정이 안 돼 정책이 충돌하고 혼선을 빚는 사례가 잦다. 녹색성장과 모바일, 국가 연구개발(R&D) 등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역점 사업일수록 더욱 그렇다. 하나같이 나라의 미래가 걸린 사업들이라 국가경쟁력에 해가 될까 우려된다.

엊그제 가까스로 환경부가 주관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지만, 온실가스 감축 문제를 둘러싼 지식경제부와의 영역다툼이 단적인 예다. 이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인 녹색성장 분야를 놓고 두 부처는 한 치 양보 없는 주도권 다툼을 벌여 정책 혼선이 컸다. 기업들로선 똑같은 서류를 두 부처에 제출하고, 평가와 감시도 양쪽에서 중복해 받는 사태가 초래될 뻔했다.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가 중복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해 환경부로 일원화된 건 그나마 다행이다.

최근엔 스마트폰을 둘러싸고 관련 부처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방송통신위원회, 지식경제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미래기획위원회 등 여러 부처가 제각각 모바일 진흥책을 발표하고 있다. 조율과 조정은 찾아볼 수 없다. 경쟁적으로 간담회와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기업 CEO들을 부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장이 “우리가 정책간담회를 열면 다른 부처에서도 비슷한 업체를 불러 여는 바람에 참 곤란하다”고 말할 정도다. 심지어 모바일 전자결제는 부처 간 입장이 다르다. 행안부는 공인인증서 의무화를 주장하지만 총리실과 방통위는 그 반대다.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는데 기업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곤혹스럽다.

첨단산업의 발달과 글로벌 이슈의 변화로 산업 환경은 급변하고 있는 데 반해 정부 시스템은 그걸 능동적으로 담아내지 못한 탓이 크다. 거기에 부처 이기주의까지 가세해 혼선을 부채질하고 있다. 그렇다면 새롭게 제기된 정책 영역을 담아낼 그릇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청와대가 2차 정부 조직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건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환경부를 기후에너지부로 확대해 녹색성장 전담부서로 삼는 것과 더불어 정보기술(IT)과 국가 R&D를 전담하는 부처 신설도 신중히 따져보길 당부한다. 단기적으론 청와대나 총리실이 부처 간 혼선에 적극적으로 나서 교통정리해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