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렐만씨, 상금 받아 좋은 일 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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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천재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44·사진)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미국의 수학연구소가 주는 100만 달러(약 11억원) 상금의 수학상을 받을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입장에 처했기 때문이다. 페렐만은 지난 18일 미국의 클레이 수학연구소가 수여하는 ‘밀레니엄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본지 3월 23일자 35면>

이 상은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수학연구소가 수학계의 7대 난제를 푼 사람에게 주겠다며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고 2000년 제정했다. 고향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의 낡은 아파트에서 노모와 함께 어렵게 살고 있는 그는 밀레니엄상 선정 소식을 듣고 찾아온 기자들에게 “나는 필요한 모든 것을 갖고 있다”며 수상 거부 의사를 전했다.

그런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자선단체가 상금을 받아 자기 단체에 기부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바람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 인터넷판 등이 25일 보도했다.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돕는 이 자선단체는 페렐만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2006년 필즈 메달 거부로 당신은 이미 도덕적 모범을 보여줬다”며 이번에는 꼭 상금을 받으라고 설득했다. 페렐만은 아직 이 단체에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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