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장관사퇴, 중앙일보 '골프관련보도' 결정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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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동수 법무부장관의 '사퇴' 로 막을 내린 '충성문건' 파동의 43시간 동안 여권 내부는 진통과 우여곡절을 겪었다.

22일 오후까지 여권 지도부의 흐름은 '유임' 쪽이었다. "본인이 쓴 것도 아니라는데…. 취임사에서도 언급 안했다. 해프닝성" (민주당 田溶鶴대변인, 청와대측)이라고 했다.

박상규(朴尙奎)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 '유임' 의 정당성을 설파했다. 오후 6시30분. 한 고위 당직자는 "그냥 간다. 여기서 밀리면 힘들어진다" 고 이런 방향을 재확인했다.

조간신문 가판(街版.23일자)이 배달된 오후 7시 직후. 여권의 이같은 기류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가판은 발간날짜 전날의 오후 7시쯤 나오며 주로 정치권.관가를 대상으로 배달된다.

◇ 결정타 된 '골프장 보도' =安장관의 '충성문건' 을 대신 작성했다고 주장한 이경택(李景澤)변호사가 그 시간에 골프장에서 돌아오던 중이었다는 새로운 의혹이 담긴 보도 (본지 5월 23일자 1면)가 결정타였다. 청와대 실무 간부는 " '골프장 보도' 를 본 순간 '아이쿠 큰일났다' 고 생각했다. 이건 도덕성의 문제였다" 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소공동 프라자 호텔. 중국 방문(25일) 준비차 자문 교수들을 만나고 있던 김중권 대표가 자리를 떴다. 청와대 한광옥 비서실장이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회동 후 북아현동 자택으로 돌아온 金대표는 "사실확인이 안돼 판단이 안선다. 23일 확인해 보겠다" 고 했다. 아침과는 달라졌다. 韓실장은 이날 밤 삼청동 공관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金대표의 한 측근은 "사실상 金대표-韓실장 회동에서 '安장관 경질' 을 건의키로 결론난 것으로 안다" 고 전했다. 그는 "옷로비 사건, 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 파동 등에서 체험했던 인선의 실기(失機)문제가 거론됐다" 며 "도덕성.재산 형성의 의혹을 안은 법무부 장관은 계속 부담이 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고 전했다.

검찰의 '安장관에 대한 이반(離反)분위기' 도 변수였다. 22일 오후 8시쯤 검찰과 법무부 고위 간부들의 대책회의가 따로 열렸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거짓말 의혹이라는 '팩트(사실)' 를 방어할 수는 없다. 우린 손을 떼기로 했다" 고 회의장의 기류를 전했다.

23일 오전 1시30분. 김경한(金慶漢)법무부 차관과 함께 시내 모처에 있다 방배동 자택으로 돌아온 安장관은 "현재로선 사퇴의사가 없다" 고 했다.

이른 아침 安장관은 한광옥 실장에게서 전화로 "청와대로 들어오라" 는 통보를 받았다. 8시30분쯤 자택을 나서던 安장관은 "대통령에게 누가 된다면 용퇴를 생각해 보겠다" 고 말을 바꿨다. 그리곤 곧 사표가 수리됐다.

韓실장은 "(사퇴는)본인이 결심했다" 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경질' 이라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최훈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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