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업 앞으로 10년이 마지막 기회] 3. 소농 "큰 피해" 대농 "경쟁해볼 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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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협상에 대해 농민들은 한결같이 "불안하다"고 말한다. 한 농민단체가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약 99%가 개방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불안감의 정도는 농사짓는 규모와 지역 쌀 브랜드의 인지도에 따라 차이가 났다. 소규모로 농사를 짓는 농민은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보고 있는 반면 대규모로 농사를 짓는 농민은 앞으로 하기에 따라 충분히 외국쌀과 경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농민들의 얘기를 들었다.

▶1만여평 벼농사를 짓는 서삼봉(34.전북 남원)씨=마을에서 유일한 30대 농민이다. 경작지의 상당 부분은 내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임대료를 주고 나면 연간 1500만~2000만원 정도를 번다. 생활비 쓰고 나면 별로 남는 게 없다. 생활비 부담은 점점 늘어나는데 농사를 계속 지어야 할지 그만둬야 할지 고민이다. 정부가 식량 자급 목표나 가격 하한선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농민들에게 확신을 줘야 한다.

▶4만평 벼농사를 짓는 황석현(48.강원도 철원)씨=수입이 늘면 쌀 가격이 떨어져 국내 농가들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품질면에선 철원쌀이 다른 나라 쌀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한다. 요즘도 개방 확대에 대비해 해마다 논을 사들이고 있다. 현재 매출이 1억원 정도인데 영농 규모를 계속 늘리면 소득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10만평까지는 부부 두 사람의 힘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모 지역 농협 관계자=농민회에서 들고 일어날 수도 있으니 이름은 밝히지 말라. 지금까지 우리 쌀만 소비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외국 쌀이 10~30%를 차지하고, 나머지를 놓고 각 지역 쌀이 경쟁해야 한다.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여주.이천.철원 쌀은 걱정없다.경작 규모가 작고 유명 브랜드도 없는 나머지 지역이 문제다. 지역별로 다른 농업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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