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수십군데 호텔을 모두 뒤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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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3시경.한국인 목회자 5명이 이라크에 입국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바그다드 한국대사관은 '비상'이 걸렸다. 요르단 당국이 이같은 정보를 제공했다면 이미 이들은 이라크내에서 '돌아다니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대사관측은 영사담당 문병준(39) 일등서기관을 중심으로 숨막히는 '소재파악 작전'에 나섰다.

우선 국경에 연락을 취해 입국사실을 확인해야 했다.하지만 현지 통신사정으로 회답이 늦어지고 있었다.다음 단계는 미군 및 이라크 정부당국에 한국인들에 대한 소재파악 요청이었다.요르단에서 입국통로인 팔루자와 바그다드 및 모술 지역 미군과 이라크 당국에 긴급전화를 계속해 한국인들에 대한 소재파악을 나섰다.

또한 수 십여곳에 이르는 바그다드 시내 호텔에 전화를 일일이 걸어 한국인 투숙사실을 확인했다.특히 기존에 한국인들이 묵었던 호텔들에 대해서는 현지 대사관 직원을 보내 한국인 투숙여부를 계속 확인하고 한국인들을 볼 경우 연락을 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나중에 목회자들로부터 들은 바에 따르면 이들이 입국한 시각은 29일 새벽 한 두시경.오후 내내 각 호텔을 뒤졌지만 소재를 파악할 길이 없었다.이들은 이미 모술을 들러 바그다드로 오는 길이었기 때문이었다.저녁 9시경 이들을 태웠던 택시기사를 통해 바그다드의 한 호텔에서 목회자 5명의 소재가 파악됐다.

문 서기관은 현지 경찰을 경호를 받으며 곧바로 호텔로 향했다.라마단 기간인데다 치안 불안으로 밤에는 거리에 차가 한대도 없었다.테러세력의 눈에띄는 목표가 될 수 있어 이라크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호텔에서 만난 목회자 일행을 설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하루 동안의 이라크 일정에서 이들은 이미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평소에 연락을 취해왔던 모술의 현지 교회관계자도 "택시에서 한 발짝도 내리지 말라"고 강경하게 귀국을 종용했기 때문이다."우리들의 목숨이 위태로와 진다"라는 현지인의 말에 이들 목회자는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더욱이 모술을 진입하자마자 바로 뒤쪽에서 차량 두대가 폭발당하는 것을 이들은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바그다드에 와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호텔들에서 외국인 투숙을 거절하는 상황에 이들은 당황했다.현지인들이 느끼는 테러위협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문 서기관을 처음 만난 두명의 여성 목회자는 "무서워요"라고 말했다.한 시간 가량 현지상황을 설명하고 이들은 대사관으로 숙소를 옮겼다.하루를 대사관에서 더 묵고 요르단행 비행기에 목회자 5명은 몸을 실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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