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어린이들 친구들 생일엔 뭐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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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Q) 오는 25일은 저의 열 번째 생일입니다.그날 학교 친구들을 초청할 거예요.부모와 친구들로부터 선물도 많이 받으리라 생각해요.북한에서는 생일을 어떻게 보내나요.

이철규(10 ·서울시 성동구 행당동)

(A) 북한에서 생일이라 하면 4월 15일 김일성(金日成)주석 생일과 2월 16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생일만 떠올릴 뿐 정작 자기 생일에 대해서는 단순히 태어난 날 정도로만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넘어가지는 않아요. 남한 일부계층에서처럼 화려한 생일 파티를 여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의 사랑과 친구의 우정을 확인하는 자리는 가집니다.

북한에서 생일은 주로 집에서 보내는데, 남한처럼 생일 케이크를 자르거나 축하 노래를 부르지는 않아요. 우선 대부분의 부모는 평소에 먹지 않고 자식의 생일을 위해 아꼈던 흰 쌀밥과 미역국을 내놓습니다. 생일에 미역국을 먹는 문화는 남한이나 북한이나 똑같은 셈이죠.

생일에 친구들을 초청하는 것도 남한과 같아요. 인민학교 학생들은 오후 수업을 마치고 같은 반에서 가장 친한 친구 1~2명을 초청합니다. 친구들은 생일 선물로 만년필.수첩.노트.볼펜.수건 정도를 줍니다. 대학생의 경우 술과 고기 등을 준비해 따로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를 만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경제난이 심각해진 뒤로는 생일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탈북자들은 전합니다.

북한에서 생일이 인정된 것은 1980년대 이후입니다. 예전에는 생일이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어긋날 뿐 아니라 사회주의 건설을 위해 물자를 절약해야 한다는 이유로 정책적으로 금지해 왔지요.

그러다 91년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반 주민들에게 호감을 얻고 '인덕정치' 를 선전하기 위해 일부 주민에게 생일상.환갑상을 차려주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생일행사가 주민들 사이에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아무리 살기 어려워도 오랜 전통대로 환갑잔치만큼은 자식된 도리로 생각하고 꼭 챙겨 드리고 있어요. 환갑잔치를 위해선 6개월 전부터 준비를 합니다. 먼저 가족회의를 열어 잔치준비를 분담합니다. 환갑잔치는 자식들의 효도를 보여주는 자리라고 생각해 수단과 방법.능력을 총동원하지요.

자식들은 남들이 보지 못한 희귀한 음식을 환갑상에 올리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일부 부유층은 문어.갈비.찰떡.고급술 외에도 외화상점에서 바나나.파인애플 등을 사 환갑상에 놓지요.

환갑상이 준비되면 환갑의 주인공이 상을 받고 독사진을 찍은 뒤 자식들에게서 술잔을 받아요.

이런 행사가 끝나면 손님들이 식사를 시작합니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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