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개발 국가 아이들에게 백신을 보급하는 사업은 게이츠의 주요 자선활동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단돈 400원의 백신으로 한 생명을 구한다”며 “백신 지원은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투자”라고 지론을 밝혔다. 게이츠는 2000년 고든 브라운 당시 영국 재무장관(현 총리)과 함께 민관협력기구인 GAVI를 탄생시켰다. 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이후 10년간 GAVI에 11억4000만 달러를 출자했다. GAVI는 그간 26억 달러의 기금으로 3억 명이 넘는 각국 어린이들에게 B형 간염, 유행성 인플루엔자, 장티푸스, 황열병 등 저개발 국가에서 주로 유행하는 질병의 예방 백신을 접종했다. 현재 미국·영국 등 서구 13개국 정부와 유럽위원회(EC)·세계보건기구(WHO)·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등이 GAVI의 파트너로 참여 중이다.
한국은 지난해 아시아 최초로 GAVI 협력사무소를 설립했다. 파트너국이 되기 위한 전 단계다. 이번 회의에도 참가국 중 가장 많은 4명의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월 다보스 포럼 때 게이츠를 만나 “백신 개발과 지원에 한국 정부도 공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제사회 최초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신분이 바뀐 한국은 올해를 공공개발원조(ODA) 선진화 원년으로 선포했다. 지난해보다 22.6% 많은 1조3411억원의 ODA 예산을 편성했다. 국민총소득(GNI)의 0.1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충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