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요리·장보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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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에 숨어있는 수학 1인치를 찾아보세요.” 지난 14일은 무엇을 기념하는 날이었을까. 상당수 학생들이 화이트데이(연인들이 사탕을 주고받는날)라고 대답할 것이다.그러나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들 사이에는 이날 열린 원주율(3.141592)을 기념하는 파이데이 행사가 화젯거리였다. 평범한 일상속에서 남들이 쉽게 보지 못하는 수학원리를 활용해 학습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자신이 외운 공식으로 실생활 적용해

생활 속 수학은 가까운 곳에 숨어있다. 올해 모든 지점에서 파이데이 행사를 진행한 와이즈만 영재센터 엄준란 수학팀장은 “한가지 공식을 외우기 위해 많은 문제를 푸는 것보다 눈으로 보고 일상생활 속의 휴지심 둘레를 한번 더 재는 것이 훨씬 더 이해력을 높인다”며 “이렇게 학습한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고 다른 곳에 응용하는 능력도 키우게 된다”고 말했다. 실생활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둥근 물체의 지름과 둘레를 자신이 외운 공식을 적용해 해결될때 아이들의 성취감이 높아지고 자신감도 향상된다는 설명이다.

일상적인 집안일도 좋은 수학 활동이 될 수 있다. 장보기를 비롯해 요리하기, 청소하기 등에도 대부분 수학 활동이 들어있다. 지하철에 붙어 있는 노선도는 아이들과 수학활동을 할 수 있는 좋은 소재다. 노선도를 보면서 가야 할 역이 어딘지 찾아보고, 갈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몇 가지인지 찾도록 한다. 그중 가장 가까운 길은 어디일까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역 한 구역을 가는데 걸리는 시간을 이용해 도착 시간을 예측해 볼 수도 있다.

싫어하는 이론일수록 생활 속에서 풀도록 유도

요리하기는 엄마에게 그저 반복되는 집안일일 뿐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아주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다.

시매쓰 수학연구소 조경희 소장은 “음식재료의 무게나 조리과정에서 필요한 물의 양을 알아보고 시간 등을 재보는 과정 속에서 저절로 수학적 감각이 길러진다”고 말했다. 음식의 재료 포장지에 나와 있는 여러가지 숫자의 의미를 파악하다보면 자신의 학년 수준보다 높은 과정까지 심화학습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조 소장은 “공부로 강요하면 싫어할 수학이론을 실생활에서 재미있게 학습하도록 유도해보라”고 조언했다. 예컨대 회전초밥을 먹을 때 접시의 색깔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는 사실을 미리 확인시킨뒤, 아이들에게 직접 먹은 접시를 계산하게 해보는 식이다. 실제 계산서와 매칭해보면서 덧셈과 뺄셈을 하다보면 문제집을 풀 때 싫증을 느꼈던 연산문제를 아이 스스로 해결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진설명]“파이 둘레는 몇 인치일까?” 파이데이(3월 14일)를 맞아 한 학원에서 파이의 둘레와 지름의 관계를 알아보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사진=최명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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