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리 '국회 파행' 의견표명 내비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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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국무총리가 1일 국회 본회의 파행 사태를 촉발했던 자신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과 관련, 한나라당에 유감을 표명할 수 있다는 의사를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이 총리의 이런 입장을 한나라당에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이에 따라 여야 간 협상의 여지가 생기면서 국회가 조만간 정상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이 총리가 '대정부 질문이 열리면 국회 파행의 원인이 됐던 문제 등에 대해 의견 표명을 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총리의 '의견 표명'은 사과 내지 유감 표명이 될 것"이라며 "이 총리가 전향적 자세를 밝힌 만큼 여야 간 협상도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원내 핵심 관계자는 "총리가 유감을 표명하려면 대정부 질문이 열린다는 것이 전제돼야 하고 이를 위해 야당과 협상을 해야 하는 만큼 구체적인 유감 표명 방식 등에 대해서는 천정배 원내대표에게 일임한 것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도 "여당 쪽에서 '이 총리가 유감을 표명할 수 있다'는 얘기를 전달해 왔다"면서 "이 총리와 여당의 태도를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총리는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자인 강봉균.박영선.신중식.송영길 의원 등과 오찬을 했다.

이 총리는 이 자리에서 "국회 공전 사태를 우려하는 여러분의 충정을 알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나로부터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해결책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있으며 나의 입장을 원내 대표단에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 참석자는 "이 총리의 태도로 보아 국회 파행 사태가 주중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았다.

열린우리당도 일단 대야 강경 대응을 자제하고 협상 분위기를 조성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달 11일까지 전국을 돌며 벌일 예정이던 '4대 개혁입법 결의대회'를 전면 보류했다.

최규성 사무처장은 "국회 파행 중에 여당이 어떤 식으로든 장외 행사를 벌인다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국회 정상화 이후 다시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안개모(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발족식에서 대표로 뽑힌 유재건 의원은 국회 파행 사태와 관련, "지금 서로가 버티는 중인데, 버텨봐야 국민에게 지탄만 받는다"며 대야 협상을 종용했다.

신용호.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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