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고교생 10여명, 스승 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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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고교 수업시간에 동료 교사에게 욕설을 한 학생을 나무라던 교사가 같은반 학생 10여명으로부터 집단폭행 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5일 광주 K고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10시20분쯤 이 학교 3학년 5반 교실에서 金모(33)교사가 동료 교사에게 욕설을 한 鄭모(18)군을 나무라며 목덜미를 한차례 때렸다.

그러자 鄭군이 반발했고 金교사가 鄭군을 끌고 교실 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金모(19)군 등 남학생 4명과 여학생 등 10여명이 막았다. 이후 순식간에 한 학생이 金교사의 한쪽 팔을 비틀었고 다른 학생들이 金교사를 쓰러뜨린 뒤 발로 마구 짓밟았다. 이때문에 金교사는 가슴에 멍이 들고 발이 부어올랐다.

金교사는 이날 생물시험 시간에 늦게 들어온 학생을 나무라던 劉모(61)교사에게 鄭군이 "시험이나 치르자" 며 심한 욕설을 하자 鄭군을 혼낸 것으로 밝혀졌다. 학교측은 같은 반 학생 36명 전원을 대상으로 폭행 여부에 대한 진술서를 받았으나 학생들은 모두 "선생님을 만류했을 뿐 폭행하지는 않았다" 고 부인했다.

金교사는 "학생들이 어처구니 없게도 폭행사실을 모두 부인해 도저히 묵과할 수 없어 사건을 공개하기로 결심했다" 며 "인간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교실에 들어갈 수 없다" 고 말했다. 학교측은 폭행에 가담한 학생 4명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키로 했다.

한편 이 학교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15일 학생들이 주는 꽃다발을 거절하는 등 스승의 날 행사를 취소했다.

광주=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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