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격장 화재 원인 밝혀낸 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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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해 11월 14일 부산의 한 실내사격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일본인 10명, 한국인 5명 등 총 15명이 사망한 큰 사고였다. 하지만 화재 원인은 쉽게 밝혀지지 않았다. 누전·방화 등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다. 원인은 화재로 파손됐던 폐쇄회로TV(CCTV) 화면이 상당 부분 복원되면서 밝혀졌다. ‘격발장의 1번 발사대에서 발생한 폭발성 화재가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결론이 나왔다.

①안구용 소형 카메라 : 동공 크기의 변화를 촬영해 심리·정서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②호흡·혈압 측정기 : 가슴·배에서 호흡을, 팔에서 혈압을 측정해 심리상태를 파악한다.
③피부 전기반응 측정기 : 긴장할 때 나는 땀의 양을 측정한다.
④원격 조종 팔걸이 : 사람의 키와 팔 길이에 따라 팔걸이의 높낮이를 조절한다.
⑤괄약근 변화 측정용 의자 깔개 : 괄약근의 수축 정도를 측정해 긴장도를 파악한다.
⑥원격 조종 회전의자 : 검사자가 원격으로 의자의 방향을 조종할 수 있다.

이 CCTV 화면 분석에 결정적 공을 세운 건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영상분석실이다. 전문가들이 화재로 눌어붙은 카메라 안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파일을 복구했다. 흐릿한 영상은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국과수는 2008년 ‘한국형 CCTV 재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흐릿하게 찍힌 차량 번호판을 복구해 내거나 녹화된 화면만으로 사람의 키를 측정해 내는 것도 가능하다.

국과수는 지난해 이 프로그램을 경찰청에 무상으로 보급해 36억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뒀다. ‘거짓말탐지의자’는 국과수가 개발한 또 다른 첨단 장비다. 지금까지의 거짓말탐지기는 자율 신경계의 변화를 이용한 것이었다. 국과수는 거짓말을 할 때 일어나는 동공의 움직임과 괄약근이 수축되는 정도에 주목했다. 이러한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장치가 부착된 특수 의자를 개발했다. 이 의자는 검사받는 사람의 체형에 맞게 높이와 폭이 자동으로 조절된다. 움직임을 최소화해 가장 정확한 결과가 나오도록 한 것이다. 한국의 과학수사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한국의 CSI’로 불리는 국과수는 25일 개소 55주년을 맞는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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