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영화] MBC '조용한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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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조용한 가족 (MBC 밤 11시10분)공포와 웃음이라는 상반된 요소를 적절히 버무린 오락영화로, 한국판 '아담스 패밀리' 라고 할 만하다.

이 영화로 데뷔한 '반칙왕' 의 김지운 감독은 제한된 공간과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인간 군상의 탐욕과 잔인함 등을 꽤 솜씨있게 펼쳐보인다. 각본도 직접 썼다.

최민식.나문희.박인환 등 화려하진 않지만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조연급 배우들의 활약이 신예 감독의 달리는 힘을 뒷받침해준다. 다만 전과자 영민 역의 송강호는 전작이자 출세작인 '넘버3' 의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안개산장을 운영하는 여섯 명의 가족. 문을 연 지 2주일이 넘도록 손님이라곤 한 명도 오지 않자 신경이 날카로워질 대로 날카로워진다.

첫 손님이 찾아오던 날,가족들은 흥분과 긴장으로 친절 공세를 펼치지만, 다음날 그 손님은 시체로 발견된다. 암묵적인 합의 하에 시체를 암매장하지만 그 뒤 이를 덮으려다 예기치 않은 살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어쩌다 일어난 살인에 허둥대던 주인공들이 의도하지 않던 사고를 쳐 '설상가상' 의 상황에 처한다는 설정은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 나 '베리 배드 씽' 등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미숙한 서사 구조가 아쉽다는 평을 듣긴 했지만, 소재.연출 면에서 기존의 한국 영화와 크게 다른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접속' 에서 탁월한 선곡 능력을 보여줬던 사운드 디자이너 조영욱이 '코믹잔혹극' 에 걸맞는 음악을 선보인다. 1998년작.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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