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주민들 "불법 양산 교통체계 바꾸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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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전시 서구 둔산동 크로바 아파트 주민 鄭모(45)씨는 요즘 승용차를 몰고 출퇴근 할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직장이 있는 법원쪽으로 가기 위해서는 아파트 후문에서 어쩔 수 없이 불법 좌회전을 하는 경우가 잦다.그런데 교통법규위반 차량을 노리는 ‘몰래 카메라’들이 바로 이점을 노리고 잠복,언제 걸려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둔산 신도시 한복판에 자리잡은 이 아파트 정문쪽은 차량통행량이 많아 출퇴근 시간에는 늘 꽉 막혀 아파트를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鄭씨뿐 아니라 이 아파트(1천6백32가구 ·3천여명)주민 대다수가 자동차로 출 ·퇴근할 때 정문을 피해 후문을 이용하고 있다. 물론 교통법규 위반인줄 알면서도 위험을 감수하며 눈치껏 좌회전을 해왔다.

게다가 요즘 주민들에게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아파트 후문이 교통법규 상습 위반 구역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포상금을 노린 ‘법규위반 적발 전문가’들의 표적이 됐기 때문이다.

주민 상당수는 이미 '전문가' 들에게 적발돼 범칙금(6만원)을 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주민들은 요즘 후문에서 좌회전 허용 차선을 그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김지식(63)의장은 “입주때부터 지금까지 대전시와 경찰서 등에 수십차례나 좌회전 허용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범법자만 양산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문제가 크로바아파트에만 한정된 것도 아니다. 교통법규 위반 신고포상금제가 실시된 지난 3월10일 이후 충남지방경찰청에 이처럼 교통체계 개선 요구 민원이 제기된 아파트만 줄잡아 10여곳에 이른다.

서구 내동 서우아파트(5백여가구)의 경우 주민의 절반 정도가 아파트 입구에서 불법 좌회전이나 U턴을 하다 몰래 카메라에 적발돼 범칙금을 냈다.

서우아파트 주민 손배영(49)씨는 “아파트 입구에서 교통법규를 지키면 불편이 이만저만 한 게 아니다”라며 “단속 카메라 때문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이들 아파트 단지 주변 도로 여건을 충분히 검토,교통규제심의위원회를 거쳐 주민요구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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