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권 수표 사용 급증…관리비만 년 2, 200억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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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해 발행된 정액 자기앞수표가 사상 처음으로 10억장을 넘어섰다. 특히 30만, 50만, 1백만원권 등 고액 자기앞수표가 줄어드는데 비해 10만원권 수표의 사용이 크게 늘었다.

10만원권 수표 사용이 증가하면서 은행권의 관리비용이 지난해 2천2백11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돼 5만원 또는 10만원짜리 화폐를 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한 해 동안 발행된 정액 자기앞수표는 모두 10억1천5백89만장이며, 액수로는 2백38조7천3백40억원이라고 6일 밝혔다. 국민 한사람당 평균 21장의 수표를 쓴 셈이다.

정액권 자기앞수표는 10만원, 30만원, 50만원, 1백만원권 등 네종류가 발행되고 있다. 이중 10만원권이 지난해 8억5천여만장(99년 대비 13.5% 증가)이 쓰여 전체 정액수표 사용량의 84%를 차지했으며 금액 기준으론 35.7%였다. 10만원권 수표의 사용이 계속 증가한데 비해 30만, 50만, 1백만원권 수표 사용은 감소했다.

은행이 자기앞수표를 발행하고 보관.결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1999년 기준으로 장당 2백59원. 이에 따라 은행들이 10만원권의 수표 관리에 쓴 돈만 98년 1천9백11억원, 99년 1천9백68억원, 지난해 2천2백11억원으로 계속 불어났다.

은행들이 자기앞수표를 발행할 때 받는 장당 30~50원의 수수료(현금자동지급기 발행은 제외)와 자금 확보에 따른 이익 등을 감안하더라도 10만원권 수표 때문에 지난해 1천8백억원 정도의 비용을 지출한 셈이다.

이 때문에 5만원 또는 10만원권 고액 화폐를 발행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부패 방지를 위한 법률이 제정될 때까지 두고보자는 입장이다. 10만원권 수표의 경우 은행에 되돌아오면 곧바로 폐기하며 발행은행별로 분류.정산하는 데도 비용이 들어가는 반면 고액 화폐의 경우 평균 3년 정도 쓸 수 있으며 정산 비용도 들지 않는 점을 들어 은행들은 고액 화폐를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또 현재 최고액권인 1만원 지폐는 73년에 발행돼 그동안의 물가상승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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