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건강 클리닉' 전화에 중독된 사람들 다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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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사이버 섹스로 밤을 지새우는 아빠, 드라마에 빠져 현실과 가공의 세계를 구분 못하는 엄마, 전화 통화 외에 다른 일엔 관심이 없는 아이들.

조금 과장된 표현일지 모르겠으나 현대인에게 새로운 질병으로 다가선 이런 중독증은 먼 나라의 얘기도, 미래의 일도 아니다. 각종 통계나 주위를 조금만 눈여겨 살피다보면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EBS의 '건강클리닉' (밤 9시25분)은 '사이버 성 중독증' (7일), 'TV드라마에 빠진 사람들' (8일), '지금도 통화중-전화 중독' (9일) 등 3대 중독증을 특집으로 다룬다.

지난달 초 발표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0~30대 인터넷 이용자의 15%가 음란 사이트.음란 채팅 등을 통해 성적욕구를 해결하려고 집착하는, 사이버 성 중독 증세를 보인다고 한다. 전세계적으로는 인터넷 웹사이트의 60%가 포르노 사이트며, 전자상거래의 80%가 성인잡지나 라이브 쇼와 관련이 있는 것일 정도로 인터넷에는 성이 넘친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방 안에서(편리함), 눈치 볼 필요 없이(익명성) 성에 탐닉할 수 있다는 이유 외에도 관음적 쾌락 때문에 인터넷 성 중독증이 증가한다고 분석한다. 다시 말해 같은 만족을 얻기 위해 점점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고, 이는 현실 속의 인간에 대한 흥미 상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아침.일일.주말.월화 드라마에 시트콤, 각종 재연 드라마…. TV 드라마 왕국의 주부들에겐 드라마 중독도 무시 못할 '병' 이 되고 있다. 드라마에는 긴장을 풀어주고 사회 공동의 가치관을 형성해주는 순기능도 있긴 하지만 중독의 단계에 이르면 폭력.불륜 등 드라마 속의 환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전화 통화를 통해 안정.만족.쾌감을 추구하는 전화중독도 마찬가지다. 전화를 걸고 있지 않으면 어딘가 허전하고, 심지어 사람을 만나 대화하는 것도 꺼려진다. 오로지 전화 통화만 재미있을 뿐이다.

여기에 이동성이 극대화된 휴대폰의 대량 보급은 전화의 존재 그 자체에 대한 집착을 불러왔다. 받지 못한 전화는 없었는지, 통화제한구역은 아닌지,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놨는지 벨로 해놨는지를 쉴새없이 살피면서 망상에 빠지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이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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