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황태자' 데뷔] 정치적 해법 택한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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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일본 정부 대변인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관방장관은 4일 김정남을 중국으로 추방한 데 대해 "입국관리법에 따라 처리했다" 고만 말했다. 위조 여권을 갖고 입국한 외국인에 대해 '운송업자의 책임과 비용으로 국외로 송환한다' 는 출입국관리 및 난민인정법 규정에 따랐다는 것이다.

실제 추방된 인사가 국적지나 출발지가 아닌 제3국으로 간 사례도 있다. 그는 기자들의 집요한 신원 확인 요구에 대해서는 끝내 입을 다물었다. 정부가 김정남의 지문 등을 갖고 있지 않은 만큼 이 남자를 김정남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설령 신원이 확인돼도 프라이버시 문제인 만큼 공개할 수 없다" 고 했다. 한마디로 법과 관례대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결했다는 데 토를 다는 사람은 없다. 일본 정부는 이 남자가 체포된 1일 김정남임을 확인하고 최적의 추방지로 잡은 중국과 물밑 접촉에 들어갔다고 언론들은 전한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이 남자의 신원을 숨기고 서둘러 중국으로 추방한 것은 사건의 폭발력 때문으로 보인다. 김정남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중 한명인 만큼 섣불리 신원을 밝혔다가는 북.일 관계에 결정적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북.일 양측은 지난해 7년 만에 수교협상을 했지만 일본의 과거 청산, 북한의 일본인 납치 의혹 문제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지금도 협상 재개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히라이와 슌지(平岩俊司) 시즈오카(靜岡)현립대 교수는 "이 남자가 김정남일 경우를 전제로, 일본 정부는 체면을 중요시하는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신원을 확인해 주지 않는 배려를 했을 것" 이라고 말한다. 조기 추방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일본의 이번 조치가 북한과의 관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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