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공인인증서 규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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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행정안전부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금융결제원 등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전자결제를 할 수 있는 공인인증서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이하 앱)을 개발해 다음 달부터 제공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지난 1월 스마트폰에서도 PC처럼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도록 금융거래 기준안에 규정한 데 따른 조치다. 소비자들은 PC나 USB(휴대용 저장장치)에서 현재 사용하는 공인인증서를 복사해 스마트폰에 저장하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 공용 앱을 각 금융회사의 애플리케이션이 불러 읽어 거래내역에 대한 전자서명을 하는 방식으로, 인터넷뱅킹 절차는 PC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행안부는 “스마트폰에서 공인인증서는 액티브X 프로그램을 쓰지 않고 별도의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액티브X 때문에 스마트폰에서 전자결제가 안 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행안부는 또 선진국에서 많이 쓰이는 금융거래 방식인 SSL(암호통신 기술)과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만으로는 인터넷뱅킹 등 전자결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와 관련, 행안부는 전자결제를 위해서는 ▶이용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고 ▶주고받는 정보를 암호화하며 ▶거래내역이 변경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부인방지 기능(전자서명)’이 있어야 하는데, SSL과 OPT는 ‘부인방지 기능’이 없기 때문에 금융분쟁이 일어났을 때 사용자 책임을 입증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한편 행안부의 이런 결정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크다. 국내에서만 쓰는 결제방식을 적용할 경우 세계적 스마트폰 전자상거래 시장의 발전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고려대 법과대 김기창 교수는 “세계 각국에서 지난 10년간 안정적으로 운영돼 온 SSL+OTP 방식은 안전성이 검증됐다.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 규정이 없어져야 경쟁력 있는 새로운 기술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금감원·국무총리실·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부처 간의 목소리도 엇갈리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행안부가 전자서명을 관장하고 있기 때문에 공인인증서의 표준화 작업은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행안부가 SSL과 OTP 방식으로 전자결제가 곤란해 쓸 수 없다고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민화 기업호민관은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SSL 방식도 허용해야 한다”며 “특정 기술을 강제한다는 것은 다양한 기술 발전의 진입 장벽이 생긴다는 것으로 한국이 갈라파고스가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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