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헤매 다녔지요
세상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그대 찾아
부르튼 생애가 그믐인 듯 저물었지요
누가 그대 가려 놓았는지 야속해서
허구한 날 투정만 늘었답니다
상처는 늘 혼자 처매어야 했기에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흐느낌
내가 우는 울음인 줄 알았구요
어찌 짐작이나 했겠어요
그대 가린 건 바로 내 그림자였다니요
그대 언제나 내 뒤에서 울고 있었다니요
- 강연호(1962~)의 '월식(月蝕)'
참으로 아름다운 연애시다. 대체로 고백투의 어법은 화자에게는 절실하지만 일방적인 하소연이라는 함정에 빠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시는 사랑의 고백을 월식이라는 자연현상 위에 너끈히 얹어놓음으로써 묘한 감동을 이끌어낸다. '나' 는 바로 '너' 라는 적막한 깨달음과 함께.
안도현(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