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35기 왕위전] 이희성-조훈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黑 141로 양수겸장, 이번엔 하변 압박

제8보 (129~153)=상변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고 129의 공격으로 손을 돌려 曺9단은 명백한 우위에 섰다. 멀리 우상의 흑▲ 한점이 그의 전리품인 양 빛나고 있다.

132로 달아나는 李3단의 표정은 어둡다. 백도 집으로는 아직 희망의 불씨가 살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曺9단은 133, 135로 꽝꽝 못을 박아버리며 그럴 염려 없다고 선언한다.

"133, 135는 집도 상당한 데다 몹시 두터웠어요. 졌구나 싶었습니다. " (李3단)

설상가상으로 백은 시간이 떨어져 136에서 초읽기에 몰렸다. 괴롭고 바쁜 종반전이 시작된 것이다. 140은 이런 분위기가 빚어낸 실착이다.

이 수는 A의 움직임을 노리며 흑의 후퇴를 강요한 것. 어딘가 받아주면 중앙을 크게 에워쌀 심산이다.

曺9단은 그러나 A의 탈출을 봉쇄함과 동시에 중앙을 견제하는 141이란 양수겸장의 수를 찾아냈다. 부득이 142, 144로 물러섰으나 장차 B로 잡히는 큰 수가 남게 됐다. 140은 참고도 백1처럼 단순히 에워싸는 게 좋았다.

또 한번 맛있는 이득을 얻어낸 曺9단은 145부터 슬슬 하변 백을 쫓기 시작한다.

曺9단은 비수 같은 '잽' 으로 상대의 양보를 얻어내는데 가장 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며 대마공격은 그의 취미가 아니다.

우상 전투와 흑▲, 141 등에서 그는 이미 그같은 즐거운 볼일을 다 봤고 덕분에 바둑도 거의 끝났다. 하지만 미생마를 놓아두고 잔끝내기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153까지 슬슬 공격해 본다. 그러나 이런 느슨함이란 승부에선 항시 위태로운 법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