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사과나무』낸 김성주 아나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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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함께 있는 사람이 바로 당신의 사과나무입니다.”

MBC-TV ‘사과나무’의 진행을 맡고 있는 김성주(32·사진) 아나운서에게 최근 좋은 일이 겹쳤다. 이달 초 첫 아이가 세상에 나왔고, 첫 책 『내 인생의 사과나무』(더 북컴퍼니)도 출간됐다. 책이 나오자 가장 먼저 아내와 아들에게 보여줬다.

“출산의 고통을 겪는 아내를 지켜보며 나도 세상에 뭔가 ‘낳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진행 중인 ‘사과나무’를 통해 느끼고 배웠던 이야기를 틈틈이 썼습니다. 결과적으로 아이에게 ‘희망’을 첫 선물로 준 셈이죠.”

‘사과나무’는 극한의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에 관한 이야기다. 무명시절을 꿋꿋이 버틴 탤런트, 장애를 딛고 일어선 시인, 치매 부모를 모시는 장애인 아들 등이 방송의 주인공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는 말기 암환자 서옥경씨. 죽음을 앞둔 그녀의 마지막 소원은 남편에게 미역국 한 그릇 끓여주는 일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는 바람에 미역국 끓이는 일은 그가 대신 해야 했다.

“남편은 목이 멘 탓에 그 좋아하던 미역국을 채 못 비웠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는 옥경씨는 행복해 보였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부나 성공처럼 대단한 게 아니더라고요. 너무 자주 잊고 살지만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사람과 나눈 사랑이죠.”

옥경씨는 방송이 나간 지 보름 만에 세상을 떴다. 하지만 그는 자신과 시청자의 가슴 속에 잊혀지지 않는 사과나무 한 그루를 남겼다.

책에는 출연자들의 사연과 함께 그 자신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촉망받는 젊은 아나운서인 그에게도 한때 앞이 보이지 않는 암담한 시절이 있었다. 아나운서 시험에는 번번이 낙방했고 다니던 케이블TV 회사가 위기에 처해 월급 30만원을 받고 네 사람분의 일을 해야 했다. 번번이 시험장을 찾는 그에게 방송계 사람들은 “아직도 오느냐. 그만 포기해라”고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5년간 일곱번의 시험을 치른 끝에 그는 원하던 일을 얻었다. 그리고 그 좌절의 시간이 지금은 약이 됐다.

그는 “만약 첫 시험에 합격했다면 지금같이 최선을 다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며 “너무 힘들 때, 너무 바쁠 때 그 시절을 되돌아보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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