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간접투자시대 '활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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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부동산 간접투자시대가 열렸다. 은행의 부동산투자신탁.주택저당채권(MBS).자산유동화증권(ABS)등의 상품은 이미 나와 인기를 끌고 있고, 7월에는 건설교통부가 주관하는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와 구조조정부동산펀드(CRV)가 선보인다.

부동산 간접투자는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해 나오는 수익을 배당하는 형태다. 아직 최소 투자한도액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주식처럼 돈이 적어도 얼마든지 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래서 저축.주식 등 대중적인 투자상품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요즘 수요자들의 관심을 끈다.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은 부동산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는 점도 관심대상이다.

그러나 우리의 부동산 시장이 투명하지 않고 관리.감시체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 일반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 열기 달아오른다=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부동산 및 금융업계의 물밑 열기가 뜨겁다. 부동산업계는 2백50조원으로 추정되는 시중의 부동자금 중 30조~40조원이 5년 안에 부동산 간접투자상품에 몰려들 것으로 기대한다.

은행.보험사 등에는 이미 부동산 관련 자금이 대량 유입됐다. 올들어 금융기관이 부동산 담보대출 채권 등을 유동화한 ABS와 부동산투자신탁에 투입한 자금은 1조1천9백60억원에 이른다.

금융기관이 상반기 사들이기로 한 ABS 발행예정 물량을 합치면 1조5천억원을 넘어선다.

건설사들은 보유 부동산 운용을 위해, 금융권은 자금 확보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투자상품 배분)구성을 위해 리츠 설립을 준비 중이다. 자산관리공사.토지공사.주택공사.한국감정원 등 공기업들은 이미 전담팀을 만들어 리츠 관련 상품 개발에 나섰다.

은행들은 부동산신탁상품 개발에 여념이 없다. 올해 1조원에 이르는 부동산신탁상품을 발매할 계획이다. 금융권은 아파트뿐 아니라 빌딩임대와 개발사업에도 신탁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 미칠까=리츠와 펀드 도입은 부동산 시장에는 일단 호재다. 건설교통부 추병직 차관보는 "조만간 나올 리츠.펀드는 부동산 시장에 활력을 주고 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촉매제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업의 구조가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개별 건설회사가 자금을 끌어들여 토지를 개발하는 방식은 서서히 없어지고 일반 투자자금을 활용한 부동산 사업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기관들은 5~6년 안에 증권화할 수 있는 부동산이 3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주식시장에 그만큼의 돈이 몰려들 수 있음을 뜻한다.

부동산 값은 당장은 오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리츠가 사들인 부동산을 일정 기간 보유해야 하므로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또 개별 부동산의 수익률이 낱낱이 공표돼 이를 통한 합리적인 가격 결정이 가능해진다.

◇ 리츠법으로 통합된 펀드=리츠나 펀드에 투자하기가 쉬워진다. 당초 따로 법을 만들어 운용하려 했으나 업무중복이 많아 통합 법안을 만들기로 했다. 펀드법이 부동산투자회사법에 흡수돼 같은 법에 따라 7월에 동시 출범하게 됐다.

건설교통부는 재정경제부 등과 세제지원대책을 협의한 뒤 6월 말까지 업무감독 등 세부규정을 마련해 7월에 리츠 등록을 인가할 예정이다.

리츠법에서는 출자제한이 완화됐다. 이로써 기업체와 투자자 이외에 연기금.공제회.공제조합.공기업의 부동산 투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또 투자안전장치가 강화돼 일반공모와 상장주식의 거래가 활발해질 것 같다.

회사 설립 때 현물출자는 원칙적으로 금지됐지만 부동산 양수.양도 계약에 의해 매입을 예약한 뒤 출자자금을 모으는 것은 허용된다. 외부차입의 경우 부채가 있는 부동산을 부채와 함께 취득할 수 있고 국민주택기금 등 공공기금의 저리 자금융통이 가능하다.

성종수 기자

▶리츠 투자 따질 것들

리츠는 설립할 때 발행주식의 30% 이상을 공모한다. 일반 투자자는 리츠 설립 때 주주로 참여하거나 회사가 코스닥.거래소 등에 등록 또는 상장하면 주식을 사고 파는 방식으로 투자하면 된다.

리츠 설립 때 투자할 경우 매우 신중해야 한다. 지난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에서 증명됐듯 분석 없는 '묻지마 투자' 는 실패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우선 투자하려는 리츠가 정부의 인가를 받은 업체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발기인과 경영진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를 알아보는 것도 빼놓아선 안된다. 발기인의 ▶부동산투자운용 경력▶시장에서 인지도▶신용상태 등을 고루 살핀 뒤 투자해도 늦지 않다.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내걸거나 확정수익률을 보장하는 회사는 조심해야 한다.

리츠나 펀드의 주식은 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이다. 공모시 제시하는 사업계획이 실현 가능한지를 따지는 것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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