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가는 인천의 ‘대우차 사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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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GM대우가 대우자동차판매㈜와의 결별을 선언하자 인천 지역사회의 ‘대우차 사랑’ 정서가 급속도로 식고 있다. 대우차판매 직원의 일자리가 흔들리는 데다 브랜드마저 ‘시보레’로 바뀌면 ‘향토기업’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GM대우는 최근 국내 판매를 전담해 온 대우차판매와의 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해 왔다. 인천에 본사를 둔 대우차판매는 2002년 GM대우 출범 때부터 국내 판매를 전담해 왔으며 현재 2500여 명이 차량 판매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우차판매 영업·관리직 직원 1000여 명은 18일 인천 부평구 청천동의 GM대우 공장 앞에서 ‘부당 계약해지 철회를 위한 전진대회’를 열고 공개사과와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직원들은 공개서한을 통해 “GM대우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등은 그간 ‘대우차 살리기’에 헌신해 온 인천 시민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1993년 대우자동차에서 분리된 대우차판매는 17년 이상 대우차의 국내 판매 영업을 해 왔다.

갑작스러운 계약 해지로 하루아침에 일거리를 잃게 된 직원들은 배신감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형희씨는 “공정거래법에도 다른 사업을 모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주도록 돼 있는데 GM대우는 8년여간 동고동락해 온 파트너를 헌신짝 버리듯 했다”고 비난했다.

그간 GM대우가 받아 온 특혜 또는 지역기업 지원 운동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인천시는 청라지구에 55만㎡ 규모의 GM대우 R&D센터 및 자동차 시험장 부지를 조성원가 수준으로 제공하고 500여억원의 기반시설비를 지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인천지역 기업·단체들까지 나서 ‘GM대우차 팔아주기’ 범시민 운동을 벌였다. 인천시 공용차량은 모두 GM대우차로 바뀌었고 지역 중소기업 사장들까지 ‘대우차 타기’에 동참했다. 이에 따라 타지역의 GM대우 시장점유율이 6∼7%인 데 비해 인천에서는 27%까지 올라갔다.

김송원 인천 경실련 사무처장은 “대우차판매와의 일방적인 결별로 지역경제에 주름살을 주게 되면 그간 인천시민들이 보여 준 ‘대우차 사랑’을 외면하는 결과가 돼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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