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무영경찰청장의 처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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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우자동차 노조원 과잉 폭력진압 사태로 불거진 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의 책임 문제가 계속 번지고 있다. 李청장 퇴진론은 당초 과잉진압에 대한 지휘책임으로 시작됐으나 경찰대 동문회 성명서 사건 등 수습 과정에서 악재가 이어지는 바람에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느낌이다.

시위 노조원 해산 과정의 경찰 폭력이 도를 넘었던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책임 문제는 민주노총과 경찰이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엇갈린 입장에서 나름대로 견해를 달리할 수 있는 부분이다.

경찰청장 퇴진을 요구한 민주노총이나 지방경찰청장을 직위해제하고 끝내려는 경찰측이나 어느 한쪽이 옳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이 정도의 사태마다 경찰 총수까지 책임져야 하느냐는 주장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경찰대 동문회의 성명서 사건과 그 뒤처리 과정은 우리 모두를 실망시켰다. 경찰 간부들의 업무를 벗어난 집단행동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더욱이 경찰에 국민적 비난이 집중되는 시점에 젊은 간부들이 경찰청장 지지 성명을 낸다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었다. 李청장은 사전에 이를 몰랐다고 밝혔지만 경찰 조직 생리나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이는 믿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집단행동 과정에 경찰청장 비서실장이 적극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는가. 또 몰랐다고 면책되는 것도 아니다. 지휘관으로서 부하들의 집단행동을 몰랐다면 그 자체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벌써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대 출신과 다른 경찰 간부들 간에 반목과 내분 조짐이 일고 있다니 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경찰 조직이 잠시라도 흔들리는 것은 국가와 국민 모두를 위해 불행한 일이다. 그러므로 경찰청장의 진퇴 문제를 이제 국가적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때다. 예부터 한번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지휘관은 부하들에게서 신뢰와 존경을 다시 받기 힘든 법이다.

책임 문제를 떠나 과잉진압을 둘러싼 사회 분위기 쇄신과 경찰 조직의 활성화를 위해 경찰청장 퇴진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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