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풍경] 고양 뼈해장국집 '원당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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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뼈 사이에 박힌 살점과 등골에 미련이 남아 양손의 엄지.검지 손가락으로 뼈다귀를 잡고 입술로 힘차게 빨아본다. 손가락에 묻은 국물도 그대로 놔둘 수 없다.

이번엔 양손 엄지.검지를 번갈아 빨면서 맛을 다시 한번 음미한다. 양복을 입은 신사도, 작업복 차림의 공사현장 잡부도, 예쁘게 치장한 아가씨도 '쭉쭉' '쪽쪽' 소리를 내며 뼈다귀와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청 앞에서 벽제로 나가는 국도변에 위치한 뼈해장국집 '원당헌' 의 내부 풍경이다.

이 집 뼈해장국(5천원) 앞에선 이처럼 남녀노소.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가 평등하다.

원당헌 해장국의 특징은 뚝배기 그릇에 고봉으로 담긴 뼈다귀에서 시작된다. 뼈다귀마다 살점도 많이 붙어 있어 안주거리로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 이 집 주인의 넉넉한 마음과 뼈 고르는 탁월한 안목이 느껴진다.

흐물흐물하게 푹 삶아진 뼈다귀의 살점은 씹을 필요가 거의 없을 만큼 부드럽고 연하다. 뼈가 식탁에 오를 때까지 여러 번 손이 가기 때문이란다. 먼저 돼지 등뼈를 펄펄 끓는 물에 한바탕 데쳐낸 후 다듬는다. 이를 커다란 가마솥에 넣고 본격적으로 삶아 뼈는 건져놓는다. 남은 육수에 된장을 풀고 뜨거운 불에 올려 해장국 국물을 만든다.

여기에 건져놓은 뼈를 넣고 다시 펄펄 끓여 뚝배기 그릇에 담는다고 한다. 끓이는 과정을 네 차례나 거친 것이다. 이렇게 오랜 시간 끓여 나오니 국물 맛이 진국이다. 직접 담근 조선된장에 고추양념이 살짝 곁들여져 구수하면서도 얼큰하다.

국물을 뜨며 뼈다귀와 손가락을 번갈아 빨다보면 입술이 얼얼하게 달아오르고 머리 밑이 가려워진다. 흐물흐물하게 삶아진 배추 우거지는 고기 맛이 푹 배어 입안에선 살점과 구별이 안된다.

따라나오는 반찬은 잘 익은 깍두기와 배추 겉절이에 풋고추. 어느 것이나 싱싱한 맛이 뼈해장국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른 아침부터 그릇을 가져와 포장을 해가는 손님도 많다. 1만원어치 (2인분)면 4인 가족이 충분히 먹는다. 도로변에 있지만 다른 해장국집이 많은 데다 간판이 한자(元堂軒)로 적혀 있어 지나치기 쉽다.

유지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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