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아지는 한 · 중 통상마찰 어떻게 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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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마늘 분쟁을 계기로 중국과의 통상마찰 파고를 어떻게 넘느냐가 과제로 등장했다. 한국은 중국에 공산품을, 중국은 한국에 농산물을 주로 수출하는 상황에서 국내 농업 보호를 이유로 농산물 수입을 막을 경우 제2의 마늘 사태가 생길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 아시아팀 지만수 박사는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기 전까지는 마늘처럼 무리한 요구를 해올 가능성이 있다" 며 "한국이 무역흑자를 내는 만큼 중국이 문제삼으면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다" 고 말했다.

지박사는 해결 방안으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연간 30억~40억달러의 원.부자재를 한국에서 수입해 현지에서 생산한 완제품을 제3국으로 수출한다는 점을 내세워 중국을 설득하는 한편 ▶주춤해진 중국 진출을 강화하고 휴대폰 등 주력 수출상품의 중국 현지 생산을 늘려 한국에 대한 반감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해외경제실 유진석 박사는 "한국.중국간 교역구조는 공산품과 1차 산품을 주고받는 구조에서 제조업 내 보완 관계로 바뀌는 추세" 라며 "이같은 무역구조를 확대.발전시켜 한국.중국간 산업의 공조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유박사는 한국의 대(對)중국 2위 수출품이자 중국의 대한국 1위 수출품인 전자부품처럼 같은 품목이라도 양국이 경쟁력있는 제품을 서로 공급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해집단이 아닌 국익 차원에서 통상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6월 중국산 마늘에 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취한 과정이 과연 바람직했는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최낙균 무역정책실장은 "1999년 중국산 마늘 수입 제한이 거론될 때부터 중국이 강력 대처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무시해 결국 마늘 분쟁이 빚어졌다" 며 "농산물 시장을 지키려고만 하지 말고 시장 개방을 이겨낼 수 있도록 구조조정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한편에선 통상교섭본부가 각 부처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처럼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고 조정권을 줌으로써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한국은 92년 외교 관계를 맺은 뒤 중국에서 해마다 수십억달러의 흑자를 내왔는데, 중국은 한국과의 무역적자가 크다는 점을 자주 통상협상의 카드로 내세워 왔다.

차진용 기자

*** 중국에 무역투자사절단

산업자원부는 장재식 산자부장관을 단장으로 정부 관계자와 40여 업체 대표로 구성한 '한.중 무역투자 사절단' 이 24~28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23일 밝혔다.

張장관은 주룽지(朱鎔基)중국 총리를 예방하고 스광성(石廣生)대외무역경제합작부장.리룽룽(李榮融)국가경제무역위원회 주임.쩡페이옌(曾培炎)국가발전계획위원회 주임 등의 경제 각료와 양국간 무역.투자 협력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특히 '한.중투자협력위원회' 설치를 위한 협정을 맺고 ▶양국간 무역확대 균형발전 방안▶중국 서부 대개발사업 참여▶부호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전화 협력 등을 집중 논의할 것이라고 산자부는 설명했다. 손길승 SK그룹 회장 등 업계 대표들은 25일 베이징(北京), 27일 상하이(上海)에서 한.중무역상담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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