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도시 넘어 … ‘첨단의료도시의 꿈’ 분지에 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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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병원 생명의학연구소에서 이인규 교수(가운데)와 연구원들이 신약 후보 물질에 독성이 있는지 실험하고 있다. 이 교수 팀은 동맥경화로 좁아진 혈관을 넓히는 시술을 한 뒤 다시 좁아지는 것을 억제하는 물질을 개발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큰 도시 ‘대구’가 새롭게 일어나고 있다. 섬유와 기계·금속산업에 편중됐던 대구가 의료도시로의 변신을 시작한 것이다. 그 결정적인 계기가 첨단의료복합단지(의료단지) 유치다. 첨단 의료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 시·도민이 하나로 뭉쳤다. 의료계도 힘을 모아 대구의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대구·경북 병원들이 ‘메디시티(Medi-City) 대구’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등 의기투합하고 있다. 시민이자 의료인으로서 감회가 남다르다. 변화의 움직임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의료단지 유치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이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의료단지도 메디시티도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시민 삶의 질을 높이는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는다면 실체가 없는 사업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지역친화적 마인드가 세계화의 시작이라고 믿어왔다. 최근 대구시가 설립을 추진하는 심장수술센터가 그 예다. 대구의 심장수술 실적은 서울 다음으로 높다. 그만큼 경쟁력이 있는 분야다. 지역에서 뛰어난 분야를 선택해 학계·의료계 등 각계가 힘을 모은다면 얼마든지 결실을 거둘 수 있다고 확신한다. 국내 환자는 물론 외국의 환자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모범적인 글로벌 의료센터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조직을 움직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대구가 그런 도시여야 한다. 대한민국이 그런 나라여야 한다. 비전이 있는 도시의 구성원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꿈을 키운다.

대구는 의료와 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다. 양질의 교육을 받은 의료인이 배출되면서 의료 수준도 높은 편이다. 여기에 첨단의료도시로서 비전이 더해지면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이제 대구는 ‘비전의 닻’을 올렸다. 그리고 치유·회복·사랑이 살아 숨 쉬는 생명력 있는 첨단의료도시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나는 대구가 글로벌 의료도시로 우뚝 설 수 있다고 믿는다. 자랑스러운 내 고향 대구의 비상을 꿈꾸며….

글=손은익 계명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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