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시위문화 바꾸는 경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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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최근 충북에 있는 한 작은 산골 파출소를 둘러보게 됐다. 그 파출소는 화장실을 깨끗이 청소해 주민들의 불편이 없게 했고, 유휴공간에 족구대와 자전거보관소를 설치했으며, 귀중품 보관함을 만들어 은행마감시간 이후 현금을 보관해 주고 있었다.

과거와는 너무도 달라진 직원들의 태도와 파출소 환경을 보면서 대우자동차 시위진압 문제가 떠올랐다. 그동안 경찰은 고질적인 불법.폭력 시위문화를 평화적인 것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여경기동대를 창설했고, 여경들은 시위현장에서 인내를 아끼지 않았다.

시위대가 던지는 고춧가루와 계란들, "엉덩이가 크다" "밤일은 잘하냐" 는 성희롱까지 모두 참아냈는데, 대우자동차 시위진압 사태로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아무리 시위현장에서 심신이 지쳤더라도 생계가 막막해 몸부림치는 근로자를 이해하고 인내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신뢰받는 경찰이 되는 데 우리 여경이 앞장 설 것을 다짐해 본다.

이금형.경찰청 여성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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