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초·재선 불만 "민심 등돌리는데 뭐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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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비판을 지나 냉소에 가까웠다" (鄭長善의원),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다는 당내의 자조(自嘲)가 나온다" (張誠珉의원), "대우차 과잉진압 사태로 서민.노조 등 우리 당 지지 기반이 흔들리고 있더라" (김성호 의원).

휴일인 22일 재래시장과 체육행사등 지역구를 두루 둘러본 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은 청와대와 당 지도부의 정국운영에 불안감을 토로했다. 의보사태에서 시작된 국정 혼선이 대우차 노동자 과잉진압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걱정이었다.

당내 초.재선의원 상당수가 공감하고 있는 '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 퇴진' 문제는 단순한 '인책론' 을 떠나 여권 내부의 권력갈등 소지로도 작용할 조짐이다. 개혁을 내세우는 한 재선의원은 "李청장이 동교동계 일부의 엄호를 받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

李청장 경질의 시점을 놓치는 바람에 정국장악의 주도권을 잃고 있다" 고 주장했다. '李청장 문제' 를 동교동계 구(舊)주류의 약진과 연결해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김중권(金重權)대표 체제의 '리더십 평가' 를 놓고는 초.재선의원(89명)들 내부의 알력도 드러난다. 서영훈(徐英勳)전 대표 체제에서 당직을 맡았던 일부 초.재선들은 金대표의 '구여권 경력' 을 문제삼고 있다.

반면 다른 초.재선들은 "金대표 외 대안(代案)은 없다. '권노갑 2선 퇴진' 당시 물러났던 일부 초.재선의원들이 당무 복귀를 노려 金대표를 흔들고 있다" 고 비난한다.

흔들리는 민심에 대한 우려는 여권 수뇌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요즘 "당이 삶의 현장을 찾아가 종이 한장이라도 맞들겠다는 자세를 보이라" (20일 청와대 보고)고 강조한다. 金대통령은 "강연.연설도 좋지만 사랑방 좌담회같이 무릎을 맞대고 국민의 어려운 점, 사는 모습에 대해 심층적 의견을 나누라" 고 당내 대선주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도 보냈다.

그러나 민심수습의 뾰족한 방안이 없는 게 여권의 고민거리다.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란 대형 카드는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국회에서 '개혁법안' 표결처리를 둘러싸고 벌어질 강한 여당과 거대 야당의 '충돌' 도 상황을 어렵게 할 수 있다.

한 당직자는 "현장에선 국정에 대한 '신뢰' 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단기적 국면수습 카드로는 해결이 어려운 상황" 이라며 "국민과 야당에 솔직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협조를 구해야 할 때" 라고 주장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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