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가족나들이 명소] 제주도 혼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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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탐라국의 건국 신화라고 하면 고(高).양(梁).부(夫) 삼성(三姓)의 시조가 땅에서 솟아났다는 제주시의 삼성혈(三姓穴)을 떠올리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삼성혈에 가려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또 다른 신화의 고장 혼인지(婚姻址)를 아는 이는 드물다.

남제주군 성산읍 온평리 마을 서쪽으로 2백여m만 가면 5백여평의 습지형 연못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혼인지다. 혼인지는 고.양.부 세 신인(神人)이 동해 벽랑국(碧浪國) 세 공주를 배필로 만나 혼인가약을 맺었다는 전설이 어린 곳으로 연못가에는 세 공주를 기리는 '삼공주추원비' 가 서 있다.

용왕의 사신(使臣)이 알모양으로 생긴 옥함에 넘어 당시 전해줬다는 송아지.망아지는 물론 오곡씨앗도 바로 농경생활과 탐라건국의 자원이었다는 게 혼인지와 얽힌 신화의 줄거리다.

그런 신화가 어린 곳답게 혼인지는 태초 제주의 신비를 간직한 듯 연못이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각종 부초(浮草)가 기묘한 형상을 보여준다. 안으로 들어가면 4m가량의 대형 현무암 비(碑)가 혼인지임을 가리켜준다. 땅 역시 화산섬 특유의 화산재.화산회토로 이뤄져 걷는 발에 닿는 느낌이 이채롭다.

남제주군은 이곳을 오는 2005년까지 86억원을 들여 제주전통혼례등 신화를 재연하는 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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