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동문회 집단행동 청장 비서실장이 개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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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경찰의 부평 대우차 노조원 폭력진압 사태와 관련, 지난 19일 경찰대 총동문회가 성명을 내는 과정에 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의 비서실장이 일부 개입한 사실이 나타났다.

20일 경찰대 동문회 관계자에 따르면 李청장 비서실장인 吉모 경정이 지난 16일 동문회장인 용산경찰서 형사과장 황운하(黃雲夏)경정에게 전화를 걸어 사태와 관련해 동문회 모임을 가질 것을 제의했다. 吉경정은 경찰대 2기생이다.

동문회는 吉경정이 전화한 다음날인 17일과 18일 서울시내 음식점에서 잇따라 모임을 열고 '입장 표명의 글' 을 만들었다.

吉경정은 기(期)대표가 아니면서도 17일 첫 모임에 참석해 "조직과 경찰 수뇌부가 흔들리는 것에 대해 동문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이와 관련, 동문회장인 黃경정은 "당시 吉경정이 전화하는 등 몇명이 비슷한 제안을 해왔다" 며 "모임은 다른 동문들의 의견을 수렴해 자체 판단으로 결정한 일" 이라고 말했다.

黃경정은 이어 "吉실장은 동문회에 영향력이 없는 사람이나 16명이 참석한 첫날 모임에서 '조직과 경찰 수뇌부가 흔들리는 상황을 방관해선 곤란하다' 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은 사실" 이라며 "하지만 참석한 동문들이 무기력하게 대응하는 경찰 수뇌부를 비판하자 추가 발언을 하지 않았다" 고 덧붙였다.

吉경정은 李청장을 수행하는 측근이란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吉경정은 "동문들의 견해를 전달한 것" 이라며 "회의 참석도 동문 일원으로서의 순수한 판단에 의한 것이었을 뿐 李청장과는 무관하다" 고 주장했다.

한편 黃경정은 동문회 성명서에 '경찰청장' 을 거론한 것에 대해 "당초 포함시킬 계획이 없었지만 언론에 청장 경질 문제가 거론되는 바람에 포함시킨 것" 이라고 해명했다. 李청장은 경찰대 1기생이 4학년이던 1984년 경찰대 총무과장으로 근무했으며 98년에는 경찰대학장을 지낸 바 있다.

경찰대 동문회는 지난 19일 "우리는 경찰청장을 중심으로 추진해온 국민을 위한 경찰 개혁 작업에 더 노력하겠다" 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글을 경찰청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police.go.kr)에 발표한 바 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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