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선언한 우즈 마스터스 택한 까닭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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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마스터스에서 연습 라운드를 하고 있는 타이거 우즈. [중앙포토]

섹스 스캔들 이후 3개월여 칩거했던 타이거 우즈가 복귀를 공식 발표했다.

우즈는 17일(한국시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해 마스터스에 참가하겠다고 썼다. 그는 “마스터스는 내가 처음 우승한 메이저 대회이고 이 대회를 매우 존중한다. 게임에서 벗어나 길고 필요한 시간을 지내면서 오거스타에서 시즌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마스터스는 4월 8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에서 시작된다.

스티브 스트리커 등 동료들은 “우즈가 마스터스 이전 한두 대회에 나와 샷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우즈는 실제 두 대회 참가를 저울질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마스터스 직행을 결정했다.

마스터스는 신비주의를 쓴다. 언론 노출을 최대한 줄이는 우즈와 비슷한 전략이다.

마스터스 출전 선수 수는 100명 이내로, 다른 메이저 대회(156명)에 비해 훨씬 적다. 특별한 사람만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갖고 싶은 욕망이 생기는 명품처럼 선수들은 마스터스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출전이 어려운 대신 일단 나가면 우승 가능성은 일반 대회보다 높다. 주최 측이 비록 고령이지만 과거 우승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초청하는 데다, 출전 선수 자체도 다른 대회보다 적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중계권을 US오픈의 3분의 1정도 가격에 판다. 그 대신 방송사를 완벽하게 통제한다. 오거스타 골프클럽의 귀에 거슬리는 멘트를 하면 아나운서나 해설자는 그만둬야 한다. 방송은 품격 있고 잔잔해야 하며, 광고시간(1시간에 4분 이내)과 광고에 나오는 회사도 조직위가 통제한다. 마스터스는 갤러리를 ‘패트런(후원자)’이라고 부른다. 후원자라는 고상한 이름으로 불리는 대신 갤러리는 뛸 수도 없고, 플래카드를 가지고 나올 수도 없으며, 선수에게 사인을 요구하지 못한다.

미디어도 통제한다. 오랫동안 취재한 언론사가 아니면 취재 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아 타블로이드와 파파라치의 접근이 어렵다. 기자회견 질문자도 클럽이 선정한다. 말 못할 얘기가 많은 우즈로서는 복귀 무대로 안성맞춤인 대회다.

선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마스터스 우승 경력이 있는 비제이 싱이 쇼트게임 연습장에서 코스에 대고 샷 연습을 하다가 “경기에 나가고 싶으면 바로 그만두라”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우즈 복귀라는 대형 이벤트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속단하기는 어렵다. 파파라치는 헬리콥터를 동원할 가능성도 있고 조직위가 갤러리를 모두 통제하기는 불가능하다. 중계방송사인 미국 CBS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을 능가하는, 21세기 들어 사상 최대의 시청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들떠 있다.

우즈는 마스터스에서 네 차례 우승했다. 유명한 영국 베팅 회사 윌리엄 힐은 우즈의 우승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봤다. 우즈가 우승하면 그에게 건 사람들에게 베팅액의 4배를 준다는 조건을 걸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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