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수입차 국내 경쟁 촉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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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3면

'수입차를 타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고 말하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어려서부터 국산품을 애용하는 것이 나라 사랑이며 수출은 미덕이고 수입은 나쁘다는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우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수입차는 사치품이며 국익에 배치된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주입식으로 강요 받으며 살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깊이 생각해 본다면 수입차를 타는 것이 반드시 국익에 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적당한 수입차의 구매는 경쟁을 촉발해 국내 제품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고 소비자가 더 큰 혜택을 받는 긍정적인 결과도 가져 올 수 있다.

한국의 자동차 시장이 개방된 지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아주 낮다. 한국은 작년에 1백54만4천여대의 승용차를 수출한 반면 수입은 4천4백14대로서 시장 점유율은 내수시장의 0.42%, 수출과 비교하면 0.3%에 불과하다.

다른 자동차 생산국들과 비교하면 한국이 얼마나 폐쇄적인 나라인지 알 수 있다. 예로 미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30%, 유럽연합은 25%다. 외국차가 진출하기 가장 어렵다는 일본의 수입차 시장도 6~8% 정도다.

최근 김대중 대통령이 수입차 구입을 권장하는 등 각계 각층에서 수입차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언론도 수입차에 대해 긍정적인 보도를 하는 등 여건이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이 명백히 보여 주듯 아직 수입차 시장은 무척 닫혀 있다.

이렇게 국내 수입차 시장의 열악에도 불구, 한국에 진출한 수입자동차 업체들은 국내에 많은 자금과 노력을 투자해 왔다. 한국 시장이 개방된 이래 수입차 업체들은 단지 자본의 국내 투자에 그치지 않고 직원 교육, 서비스 향상 등으로 자동차 산업 뿐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많은 기여를 해왔다.

이를 보면 수입차가 한국에 진출함으로써 혜택을 받는 사람은 역시 소비자다. 다양한 차종을 다양한 가격대에 그리고 뛰어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이는 수입차 소비자 뿐 아니라 국산차 소비자들에게도 이롭기는 마찬가지다. 국산자동차 업체들이 수입차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차량의 품질과 서비스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됐고 결국 국산차 소비자들은 더 발전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받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만 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시장개방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조류다. 국내 소비자도 이제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꿀 때가 됐다. 수입차 국내 진출은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이롭게 작용한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손을래 회장 <한국수입자동차 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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