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의료시대 현장을 가다] 뇌동맥 혈관내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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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평소 별다른 증상없이 건강하게 지내던 金모(63)씨.

최근 화장실에서 의식불명인 상태로 가족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병명은 뇌혈관의 일부가 꽈리처럼 부풀다 터지는 뇌동맥류.

응급을 다투는 질환이었지만 이 혈관꽈리의 위치가 가족의 마음에 걸렸다. 감정과 의식을 주관하는 전두엽의 동맥을 잇는 혈관에 기형이 생겨 기존 수술방법으로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것. 이때 의사가 권한 것은 혈관내(血管內)수술.

가느다란 의료용 도관(導管)을 혈관 속으로 집어넣어 기형화한 꽈리를 틀어막는 수술이다. 수술은 성공해서 환자는 1주일 만에 퇴원했고,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 안전해진 뇌동맥류 수술=뇌수술은 단단한 머리뼈를 절개한 후 두부 같은 뇌조직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항상 위험이 따른다. 뇌를 열고 들어가 꽈리혈관의 입구를 클립으로 묶는 뇌동맥류 수술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

혈관내 수술은 기형혈관에 접근하는 방법이 전혀 다르다. 뇌를 열고 밖에서 기형혈관을 찾아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사타구니 동맥에 도관을 집어넣어 이를 머리 속 기형동맥까지 접근하는 것.

이 수술의 장점은 머리뼈를 절개하거나 뇌조직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수술 후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외과수술을 받을 경우 2~4주는 입원해야 하지만 혈관내 수술을 받으면 1주일로 단축된다.

성균관대 의대 강북삼성병원 정은철(진단방사선과)교수는 "수술 중 머리 뒤쪽에 위치한 중뇌나 연수(延髓)를 다치면 식물인간이나 마비가 오는 부작용이 초래된다" 며 "혈관내 수술은 이러한 수술부담을 크게 줄여 준다" 고 말했다.

◇ 입체영상 제공으로 수술 정확도 높여=뇌수술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기형혈관의 위치와 모양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 3차원 혈관촬영기의 등장은 바로 수술 정확도뿐 아니라 기형혈관의 생김새에 따라 혈관내 수술을 할 것인지, 외과적 수술로 할 것인지 판단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강북삼성병원 방사선과에서 지난해 4월부터 1년 동안 52명의 환자를 이 혈관촬영기로 찍은 결과 13명의 환자에서 작은 꽈리혈관이 더 있는 것을 발견했고, 5명은 꽈리혈관 입구의 독특한 모양을, 또 5명에선 혈관 뒤에 가려있던 기형혈관을 찾아냈다.

정교수는 "3차원 디지털 혈관조영술은 시술 전 동맥류의 생김새는 물론 주변 혈관의 상태를 입체적으로 보여줘 안전하고, 정확한 치료를 할 수 있게 도와준다" 고 말했다.

이 3차원 혈관촬영기는 1990년대 초 국내에 들여온 양면(兩面) 혈관촬영기에서 한 단계 진보된 형태. 촬영기가 8초 동안 1백80도 회전하며 1백20개의 영상을 얻기 때문에 두 번씩 촬영해야 하는 양면촬영기에 비해 불필요한 조영제 주입이나 방사선 피폭량을 줄일 수 있다.

◇ 어떤 환자에게 유리한가=3차원 혈관촬영기를 활용한 혈관내 수술의 안전성과 정확성에 대해선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아직은 모든 동맥류환자가 이 수술의 적용대상은 아니다.

98년 3차원 혈관촬영기를 도입한 가톨릭대 의대 부천성가병원 백민우(신경외과)교수의 경우 2백여례의 환자중 35% 정도만이 혈관내 수술로 치료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교수는 "꽈리혈관의 입구가 넓거나, 비교적 접근이 쉬운 부위에 꽈리혈관이 위치한 경우에는 외과적 수술이 훨씬 유리하다" 고 말했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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