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지도가 바뀐다] 3. 해외 펀드에 시선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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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중소 무역업체를 경영하는 이성환(44)씨는 지난해 9월 한 증권사가 판매하는 해외 채권형 뮤추얼펀드에 2천만원을 투자했다. 그 이전엔 2억원의 금융자산을 주식과 채권.예금 등으로 나눠 보수적으로 투자해왔지만 해외 투자로 위험을 분산시키는 게 낫다고 봤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이 1천3백50원을 오르내리던 이달 초 뮤추얼펀드를 환매한 李씨가 손에 쥔 돈은 세전 2천4백50만원 가량. 펀드의 수익률은 3.9% 수준이었지만 1천1백15원대이던 환율이 20% 가까이 오른 덕에 6개월 새 22.5%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원화가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해외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프랭클린 템플턴 펀드와 피델리티 펀드를 판매하고 있는 시티은행은 판매잔고가 지난해 10월 말 3백79억원에서 지난 13일 6백15억원으로 5개월여 동안 62% 증가했다.

특히 금리와 원화가치의 동반 하락이 본격화한 올들어 1월 25억원, 2월 68억원, 3월 74억원어치 등이 팔리며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피델리티펀드를 판매하고 있는 제일투자신탁증권도 지난 연말 4백억원에서 지난 11일 4백66억원으로 설정잔고가 늘었다.

◇ 어디서 무얼 파나〓국내에서 살 수 있는 해외 뮤추얼펀드는 현재 모두 1백17개다.

대한투자신탁증권이 영국에 본부를 둔 슈로더투자신탁의 26개 펀드를 판매 중이고 한국투자신탁증권.제일투자신탁증권.미래에셋증권.시티은행 등도 피델리티.프랭클린 템플턴.메릴린치 등에서 운용하는 펀드를 팔고 있다.

유형별로도 국내 펀드 못지 않게 다양한 상품들이 나와 있다. 주식형이 79개로 가장 많고 채권형 24개, 혼합형 3개, MMF형 5개, 자산배분형 6개 등이다.

◇ 수익률 격차 크다〓해외 펀드가 인기를 끄는 데는 운용사가 모두 세계적인 명성을 갖춘 회사라는 점도 큰 몫을 하고 있다.

국내처럼 1년에도 몇차례씩 펀드매니저가 바뀌는 경우가 없고 운용의 투명성도 높아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장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 는 증시 격언대로 지난 1년간 운용 성과는 별로 좋지 않다.

펀드평가사인 리퍼코리아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해외 뮤추얼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미국내 달러 표시 채권에 투자하는 피델리티 미국 달러채권펀드가 9.56%의 운용수익률로 수위를 차지했다. 그동안의 원화가치 하락으로 원화 환산 수익률은 30%를 넘는다.

반면 메릴린치 기술주 A형과 피델리티 기술주 펀드 등은 50% 안팎의 손실을 기록, 이른바 '반토막' 이 났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주식형보다 채권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시티은행의 경우 미국 국공채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인 '프랭클린 유에스 거번먼트 펀드' 판매고가 지난 1월 9억원에서 지난달 17일 현재 33억원으로 세배 이상 늘었다.

◇ 여유자금 장기투자 원칙 지켜야〓해외펀드는 운용 수익률과 원화가치에 따라 수익률이 큰 폭으로 변동하는 만큼 보유자산의 20% 이상을 투자하기는 부담이 크다. 원화가치 하락세가 1천3백원대에서 주춤하고 있는 만큼 환차익을 노린 투기성 투자도 전망이 밝지 않다.

시티은행 김용태 이사는 "해외 펀드는 환차익을 노린 단기투자보다 2년 이상의 장기투자가 바람직하다" 며 "투자금액을 네부분으로 나눠 분기별로 분산투자하면 환율과 주가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고 조언했다.

한국투신증권 한정경 국제부 차장은 "주요 투자대상인 미국에서 금리의 추가 인하가 제한적이고 증시가 바닥에 가까웠다고 판단돼 앞으로는 채권형보다 주식형이 유망해 보인다" 고 전망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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