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개위 전체회의 표정]일부위원 위헌론 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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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3일 정부 중앙청사 9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규제개혁위원회 전체회의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측 위원들의 끈질긴 규제 부활 주장과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민간위원들의 의견이 5시간30분동안 팽팽하게 맞섰다.

회의가 네시간을 넘으면서 화장실에 가기 위해 나온 규제개혁위원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붉게 달아올랐다. 한때 규제개혁위 사무국 관계자는 "일부 위원들이 고시 제정이 헌법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며 근본적인 반대를 제기하고 있어 안건이 보류될 가능성도 있다" 고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오늘 결론을 내자" (규제개혁위 정강정 조정관 등)는 기류가 다수였다. 또 "고시안을 제정하되 운용을 신문협회에 맡기면 되는 것 아니냐" 는 공정거래위의 '이상한' 주장이 막판에 먹혔다. 정부측은 그동안 나오지 않던 이남기(李南基)공정거래위원장이 직접 참석하는 등 통과에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회의엔 정부측 위원 6명과 민간위원 11명이 참석했으며 신문협회 등 관련단체 네곳의 대표도 나와 의견을 제시했다.

◇ 격론 벌인 전체회의〓참석자들은 날카로운 공방을 펼쳤다.

▶고시 없이 공정거래법만으로도 불공정 행위를 규제할 수 있다. 하지만 고시는 이런저런 행위가 공정거래법에 저촉된다는 점을 투명하게 알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처벌대상 행위를 투명하게 알려준다는 것은 바람직한 것 아니냐(정부측 인사A씨).

▶언론자유를 제한하려면 현저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고시폐지 후 지금까지 그런 상황이 있는 건가(민간위원 B씨).

▶공정거래법에 규정돼 있는 불공정행위는 너무 모호해 특정업종 규제엔 문제가 있다. 그런 점에서 신문고시는 필요하다(정부측 인사 C씨).

▶무가지는 광고수주와 연결돼 있다. 신문발행부수엔 버블(거품)이 분명히 있다. 무가지 규제 외에 이같은 버블을 없앨 수 있는 아이디어를 달라고 했으나 정부측은 내지 못했다(민간위원 D씨).

▶무가지는 신문사의 영업전략 중 하나다. 개별기업의 판촉활동을 제한할 수는 없지 않나. 광고시장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 현실에서 무가지 비율을 10%로 일률적으로 제한해봤자 실효가 없다(민간위원 E씨).

◇ 사전 모임〓공정거래위는 이날 오전 9시30분 김병일 부위원장 주재로 국장급 이상 간부회의를 열었다. 40여분간의 회의가 끝난 뒤 한 참석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오늘은 신문고시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다" 고 전했다.

민간위원들도 전체회의가 열리기 한시간 전인 오후 2시쯤 중앙청사 3층 회의실에 모여 간담회를 했다. 닫아건 문틈으로 규제 부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왔다.

한 민간위원은 "고시란 것이 모든 업종에 하나씩 만드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있는 분야에 대해서만 제정하면 된다. 고시를 만들려면 신문업계가 엉망진창이 됐어야 하는데 2년 전(고시폐지 때)에 비해 그렇게 됐다는 증거가 있느냐" 고 목청을 높였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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