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다시 험악한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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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 정찰기 승무원들의 귀국으로 한고비를 넘긴 미.중간의 외교분쟁이 사건 마무리과정에서 다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정찰기 승무원들이 귀국하자마자 "미군기들에 대한 중국의 도전을 강력히 추궁할 것" 이라고 일격을 가했다. 주룽지(朱鎔基)중국 총리도 "미국은 이번 사건에 전적인 책임이 있고 아직 이번 사건에 대해 완전한 해결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 라고 맞받아쳤다.

승무원 석방협상이 타결된 지 만 하루 만에 미국은 초강경 자세로 되돌아가고 중국도 한치의 양보도 없는 냉랭한 태도로 돌아선 형국이다. 이런식으로 가다간 18일 시작하기로 한 공중충돌 마무리 회담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다.

미.중 양국이 이처럼 다시 강경으로 돌아선 데에는 각자의 국내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승무원들의 석방 배경이 이면계약을 통해 중국에 많은 걸 양보했기 때문이라는 의구심을 잠재워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승무원 석방을 위해 중국연안에 대한 정찰비행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국방부 강경파의 우려는 부시에게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헨리 하이드 미 하원 외교관계위원장은 "이번 사건으로 중국 정부의 본성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며 부시 행정부에 강력한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은 미 언론에 나와 연거푸 "아무런 이면합의가 없었다. 또 남중국해 정찰비행은 계속될 것" 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 본인도 "대만에 무기를 판매할지의 여부와 정찰비행을 계속한다는 것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두가지" 라고 강조했다.

중국 역시 강공으로 나가야 할 입장이긴 마찬가지다. 우선 국내에서 "왜 미군 승무원들을 돌려보냈느냐" 는 반발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결국 미국에 진 것" 이라는 비난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중국은 언론을 총동원해 무마작업에 나서고 있다. 중국군의 해방군보는 13일 "이번 투쟁에서 우리가 승리를 거뒀다" 고 주장했다. 특히 이달 말에 결정될 미국의 대만에 대한 이지스 구축함 등 첨단무기 판매를 무산시키려면 강경한 태도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국내여론도 만만찮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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