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지금 영화 '친구'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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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요즘 부산에선 옷깃이 넓은 원색계열의 남방셔츠가 잘 팔린다. 복고풍 나팔바지도 유행할 조짐이다. 롯데.현대백화점 등에서만 하루에 수십벌씩 팔려나간다. 또 목을 묶는 스카프가 때 아닌 특수를 맞고 남자용 18K 금목걸이와 선글라스도 갑자기 인기 품목이 됐다.

부산에서 촬영한 영화 '친구' 가 대히트를 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남방셔츠나 금목걸이.선글라스는 장동건이 분한 '동수' 가 착용하던 것. 나팔바지와 스카프 등은 영화에 나온 여고생 록 그룹 '레인보우' 의 옷차림이다.

음반 판매점에는 '준석' 역의 유오성이 영화 속에서 불렀던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My Way)' 와 '친구' 의 사운드트랙 음반이 불티나게 팔린다. 비디오 가게에도 영화 속 영화 '용쟁호투' '남북취권' 등 옛 영화를 찾는 손님들이 갑자기 늘었다.

'친구' 의 영향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비롯한 각급학교 동창 모임도 부쩍 활기를 띤다.

부산 D고교 동창회의 경우 고교 동기의 연락처를 묻는 졸업생들의 전화가 하루 50여통 넘게 걸려오고 있다.

"친구야, 고맙데이" 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고, '쭈글시런(쑥스러운)' 과 같이 부산에서조차 잘 쓰이지 않던 사투리까지 인기다.

부산영상위원회 김정현(金定炫)홍보팀장은 " '친구' 신드롬이 온통 부산을 덮고 있는 것 같다" 고 말했다.

부산시는 이같은 열풍을 활용해 '친구' 속에 등장한 거리 중에서 하나를 '친구의 거리' 로 지정, 관광 상품화하기로 했다.

부산=정용백.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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