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변호사 길러내려면 로스쿨 문호 넓을수록 좋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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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로스쿨 정원을 1200명 선에서 제한하면 학생 간의 경쟁도 제한되지요. 우수한 변호사를 길러내자는 목적에 비춰보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2002년까지 25년간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해온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데이비드 스미스(67)총장은 28일 "법률지식뿐 아니라 실무교육을 통해 현실대응력이 높은 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해 로스쿨 도입은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더 나은 변호사를 길러내기 위해선 입학 정원뿐 아니라 로스쿨 설립 대학 수도 늘려 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미스 총장은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면서 이 대학 부학장, 뉴욕주 법무차관, 유엔.세계은행 및 미국 정부의 아시아.아프리카 관련 정책 자문역 등을 지냈다.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70년대 초반. 당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경제부흥정책에 대한 자문역을 맡아온 그는 매년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하던 한국을 '놀라운 나라'로 보았다고 한다.

"동남아 국가에 경제발전 방안을 내놓을 때면 모두 '한국처럼 되게 해달라'고 요구하더군요."

스미스 총장은 최근 '한국 경제가 남미형 불황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이만한 발전을 일궈낸 한국민은 좀 더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80년대 초 하버드대에서 만난 한국 학생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보름가량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도 많아 놀란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총장을 맡게 된 것도 "하버드대에서 경험했던 한국 학생의 우수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화산업에도 조예가 깊어 최근 중국 국영 영화사에 투자 조언을 하기도 했다는 스미스 총장은 "한국 영화 중 '쉬리'를 가장 좋아해 열번도 넘게 봤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문을 연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은 2년 과정의 경영전문대학원으로 기업이 원하는 교과과정을 설계해 교육해 주는 '주문형 학습'을 하고 있다.

이수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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