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도 취약계층 전형 부정 의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지원한 일부 수험생이 부모의 경제력을 속여 취약 계층을 위한 특별전형에 합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각 대학이 해당 전형에서 부정 입학 가능성이 있는 학생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지난해와 올해 로스쿨에 합격한 학생 중 부모의 부동산과 예금의 명의를 다른 자녀에게 증여해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납부 실적(3개월치)을 낮추는 방법으로 차상위 계층 특별전형에 합격한 사례가 있다는 제보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육과학기술부는 15일 전국 25개 로스쿨에 신입생 특별전형 결과 점검을 지시했다. 지난해 3월 개원한 전국 25개 로스쿨은 장애인·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 계층 등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전체 정원의 5% 이상을 우선 선발하는 특별전형을 실시했다. 올해는 신입생 2000명 중 116명이 특별전형으로 합격했다. 이번에 불거진 의혹은 차상위 계층 가운데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않는 학생들의 자격이 도마에 올랐다. 한 로스쿨 준비생은 중산층 가정의 친구가 경제적 약자 전형에 응시하기 위해 부모님의 재산을 결혼한 다른 형제에게 증여해 재산을 축소하는 방법으로 합격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따라 허술한 전형 방식이 편법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일부 로스쿨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학생 중에도 경제 상황이 갑자기 어려워진 학생을 구제하기 위해 특별전형으로 선발하면서 건강보험료 납부 실적만을 봤을 뿐 별다른 검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정 입학 의혹이 제기된 학생이 다니는 지방의 한 로스쿨 관계자는 “해당 학생의 서류를 확인해 봤으나 개인별 가구 소득까지 알 수 없어 진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차상위 계층 특별전형에서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학생을 특별전형으로 선발한 대학은 지난해와 올해를 합쳐 모두 18곳이다. 선발 학생 수는 지난해 30여 명, 올해는 40여 명이다. 각 대학은 이들 70여 명에 대해 제출 자료가 사실인지를 확인하고 있다. 협의회 김명기 사무국장은 “건강보험료 납부액만으로 뽑은 학교가 있는 반면 지방세 세목별 과세증명서 등을 추가로 제출받은 곳도 있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16일 전국 법학전문대학원장 회의를 열고 부정 입학 의혹 문제를 논의한다. 교과부 김관복 대학지원관도 “진위조사를 해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진·박유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